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신소재 ‘고망간강’이 조선과 플랜트뿐 아니라 방위산업의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의 고망간강은 철에 다량의 망간(Mn, 22.5~25.5%)을 첨가해 -196℃의 극저온에서도 우수한 기계적 특성을 나타낼 수 있는 소재다. 고강도와 내마모성, 비자성(非磁性, 철의 전자기적 성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성질) 등 다양한 성능을 특화한 철강소재다.포스코는 2008년 국제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LNG 저장 및 운송을 위한 소재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망간강 개발을 시작했다. LNG는 대량수송을 위해 -163℃에서 압축, 액화해 선박으로 운반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에 LNG를 대량운반 및 저장하기 위한 인프라는 극저온성과 함께 고강도와 내마모성 등 특별한 물질적 특성이 요구된다.
당시 망간 합금 시장에서 고망간강은 기술력 측면에서 구현이 어려운 제품이었다. 강철에 망간을 첨가하면 내마모성과 강도가 높아지지만, 소재 특성상 밀도가 높아 단단하나 부서지기 쉽다. 하지만 포스코는 수십 년간 철강분야에서 축적한 기술 노하우의 산물인 제어압연과 냉각기술로 망간을 포함하면서도 강도가 우수한 제품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196℃의 극저온에서도 우수한 기계적 특성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고강도, 내마모성, 비자성 등 다양한 성능을 특화한 것이 특징이다.
포스코가 개발한 고망간강은 조선뿐 아니라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포스코와 HD현대중공업이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체결한 ‘미래 첨단함정 신소재 개발 및 실선 적용’ 업무협약(MOU)이 대표적이다. MADEX는 해군, 방위사업청, 국내외 조선 및 방산기업 등 다양한 기관과 기업이 참가해 해양 방위산업의 최신 기술과 트렌드를 볼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양방산 전시회다.
두 회사는 고망간강을 함정 선체에 최초로 적용하기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LNG연료탱크용으로만 사용해온 고망간강의 용도를 확대한다는 게 두 회사의 목표이다. 고망간강은 자성을 띠지 않는 비자성 특성을 가진 강재로, 기존 함정에서 필요했던 ‘탈자(자기 제거)’ 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뢰(자성에 반응하는 해상 폭탄) 부설이나 수거 작업 시 함정의 피격에 의한 생존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고망간강은 일반 선급강 대비 강도가 약 10% 높아 외부 충격이나 폭발에도 선체가 쉽게 손상되지 않으며 선체 경량화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망간강의 성공적인 상용화 배경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강조해 왔던 기술 우위를 통한 본원 경쟁력 강화 방침이 있다는 게 포스코그룹의 설명이다. 장 회장은 2018년 포스코 철강부문장(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철강 신소재와 마케팅 및 해외 철강 네트워크 구축 등 철강 경쟁력 강화를 통한 성장 동력을 이끌어왔다.
K철강과 K방산을 각각 대표하는 포스코와 HD현대중공업이 협력 의지를 공식화하면서 양 산업의 동반성장과 첨단기술 협력의 상징적 의미를 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는 국제해양방위산업전 기간 열리는 함정기술무기체계 세미나에서 ‘함정 생존성 향상을 위한 신소재 개발 현황’, ‘특수목적함용 선체 소재로서의 비자성 고망간강’ 논문 두 건을 발표하기도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철강 기술력과 소재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비자성 특성을 가진 고망간강 등 다양한 신소재를 개발해 왔다”며 “국가 방위산업의 부흥을 위한 획기적인 신소재 개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해양방산용 강재의 패키지화와 고망간강 함정 선체 적용 확대를 위한 홍보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