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남도가 ‘대한민국 산업경제 수도’를 향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4년 차에 접어든 경상남도는 산업 대전환을 목표로 경제자유구역 확대, 우주항공 복합도시 조성,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미래산업 인프라 구축, 동북아시아 물류 플랫폼 사업 등 경남을 ‘산업경제수도’로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경상남도의 행보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벗어나 지역 균형 발전과 산업 고도화를 동시에 이뤄내는 구조적 전환의 출발점이라는 평가다.
◇경제자유구역 확대로 ‘경제자유특별자치도’ 도약
경상남도는 동부와 서부를 포괄하는 경제자유구역 확대를 통해 경남을 ‘경제자유특별자치도’로 조성하고자 권역별 맞춤 개발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이 체계는 경남을 ‘기업 하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고 경남의 주력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경남을 대한민국의 주요 거점이자 수도권에 이은 제2의 경제권으로 육성하자는 것이 기본 골자다.먼저 경상남도는 진해신항,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따라 인근 동부권(창원·김해·거제)의 경제자유구역을 확대하고, 우주항공산업의 집적화를 위해 서부권(진주·사천·남해·하동) 경제자유구역을 확대한다. 창원·김해·거제 등 동부권 32.7㎢, 진주·사천·남해·하동 등 서부권 16.36㎢를 포함한 총 49.06㎢를 경제자유구역으로 확대 지정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추진 중이다. 지역별 특성에 따라 창원은 산업·물류 중심, 김해는 물류거점, 거제는 관광 특화, 사천과 진주는 우주항공 중심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서부경남은 서부경남경제자유구역청 설립을 통해 서부경남 자체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기존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하동지구는 서부권에 통합되며, 동부권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이 계속 개발을 주도한다.
아울러 창원방위·원자력국가산업단지, 양촌·용정일반산업단지 및 통영복합해양관광단지(기회발전특구) 등 기존 특구지역(기회발전특구 등)과 새로운 특구 지정을 통해 경남의 주력 산업, 핵심전략산업을 고도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우주항공수도 경남’ 실현
우주항공청 개청을 계기로 경남의 우주항공산업 육성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경상남도는 ‘우주항공수도 경남’을 목표로 핵심 인프라와 제도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사천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우주항공복합도시’는 산·학·연 클러스터와 정주 여건을 갖춘 첨단복합지구로 조성된다. 이를 위해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 특별법’ 제정과 ‘도시개발법’ 기반의 개발이 병행 추진되고 있다. 특별법은 국회 국토법안심사 소위원회 계류 중으로, 신속한 제정을 위해 우주산업클러스터 지정 지역(경남, 전남 등)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 방안 등을 모색 중이다. 우주항공복합도시 개발 방향의 구체적 제시를 위해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을 포함한 경상남도 차원의 광역권 발전계획도 수립 중이다.
특히 최근 경상남도는 ‘우주항공 5대 강국 실현’ ‘2045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10% 이상 확보’라는 국가적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우주항공청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더불어 항공산업 육성을 위해 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방위사업청 등에 분산된 항공 업무를 우주항공청으로 이관 및 전담 부서를 신설해 체계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산업 육성 기능 강화 및 첨단기술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우주항공산업진흥원 설립을 추진한다. 경상남도는 지난해 5월 발표한 ‘경남 우주항공산업 미래비전’에 우주항공산업진흥원 설립 계획을 담아 우주항공청에 지속적으로 설립을 건의해 왔다.
◇미래 주력산업으로 산업 체질 전환
경상남도는 제조업 강점을 기반으로 미래 전략산업 육성에 나선다. 경상남도는 민선 8기 들어 기계, 조선, 자동차, 방산, 원전, 우주항공 등 주력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함께 인공지능, 바이오산업 등 청년이 선호하고 글로벌 기술 경쟁을 주도할 첨단산업 육성 방안을 모색해 왔다.특히 원자력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대형 원전보다 안전하고 효율성이 높은 SMR 제조 기술 경쟁력 제고를 도정의 핵심 과제와 공약 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지난 8월에는 경상남도가 기획해 중앙정부에 건의한 ‘차세대 SMR 대량생산 기술개발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확정되면서 경남지역 원전기업의 글로벌 SMR 시장 선점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경상남도는 추후 제작지원센터와 연계한 SMR 제조부품 시험검사 센터 구축(230억원)을 통해 SMR 제조부품 시험검사 기간을 단축하는 등 인프라 구축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원전산업 성장펀드(600억원)를 조성해 원전기업 투자·성장을 지원한다.
◇‘트라이포트 기반’ 동북아 물류 허브 구축
경상남도는 가덕도 신공항과 연계해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의 도약을 노린다. 특히 해양수산부 이전과 북극항로 시대 도래 등 변화하는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부산항 신항과 진해신항을 국가 해양 경제 중심지이자 동북아 물류 허브로 육성하는 데 집중한다.이를 위한 중점 과제로 글로벌 항만 전진기지로 신항만 조성,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할 거점 항만 구축, 정주·첨단이 공존하는 항만배후도시 조성이 꼽힌다. 이는 경남의 해양물류 생태계 전반을 혁신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이를 실행할 ‘신항만건설지원과’를 신설해 복잡한 행정 절차를 조율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하며 구체적인 정책과 사업 발굴 등을 총괄·조정하고 있다.
진해신항은 총 14조6000억원을 투입해 2040년까지 21선석 규모로 조성된다. 2025년 착공 후 2029년 3개 선석을 우선 개장하고, 2032년 9개 선석 확보를 거쳐 2040년 전면 완공을 목표로 한다. 항만 전 구간에 자동화, 지능화, 초고속통신망(5G) 등 최첨단 스마트 항만 기술이 적용돼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항만이 될 전망이다.
진해신항의 안정적인 물류 처리를 위해 총 6조원 규모의 도로·철도 등 교통망 인프라도 구축한다. 부산항 신항과의 연계, 내륙 연결망, 가덕도 신공항 접근 교통축 형성이 주요 사업으로, 제4차 항만기본계획 반영 등 행정 절차를 추진한다.
해수부 이전을 계기로 항만 관련 공공기관 유치 또한 총력을 기울인다. 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해 세관·출입국·검역 등 유관기관을 집적시켜 원스톱 행정서비스 기반을 마련한다. 또한 도내 특성화대학과의 연계 교육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자동화 항만 기술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경상남도는 ‘동북아 물류 허브’로서 항만 관리의 권한 확보에도 나선다. 도는 현재 부산항만공사 측에 ‘부산경남항만공사’로의 명칭 변경과 부산항만공사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항만 위원 추천 권한도 추가 요구하고 있다. 진해신항 완공 시 신항만 선석 수는 경남이 36개 선석, 부산은 23개 선석으로, 물동량 측면에서 부산항 신항 전체의 무게중심이 경남으로 옮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창원=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