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한 사건 재판의 첫 공판기일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두 달 넘게 내란 재판과 특검팀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왼쪽 가슴에 수용번호 ‘3617’이 프린트된 흰색 명찰을 달고 법정에 나온 윤 전 대통령은 눈에 띄게 살이 빠지고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상태였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에 이어 진행된 보석 심문에서 “구속 상태에선 주 4~5회 재판에 특검 조사까지 임하는 게 어렵다”며 직접 불구속 재판을 호소하기도 했다.
◇재구속 후 첫 출석…혐의 모두 부인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 심리로 열린 자신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 사건의 1회 공판기일에 출석했다. 재구속 전인 지난 7월 3일 내란 재판 이후 법정에 나온 건 85일 만이다. 짙은 남색 정장에 노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윤 전 대통령은 이전에 비해 수척한 모습이었다. 서울구치소 지침에 따라 수갑과 포승줄 등은 푼 상태였다.재판장이 성명을 묻자 윤 전 대통령은 “윤석열입니다”라고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특검팀은 지난 19일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대통령기록물법·대통령경호법 위반, 공용서류손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특검팀 출범 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그를 재판에 넘긴 이후 세 번째 기소였고, 재판부도 따로 배당됐다.
이날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팀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이미 재판 대상인 내란 행위에 수반된 행위는 별죄가 될 수 없는데도 별도로 기소해 위법한 이중 기소라는 취지였다. 유정화 변호사는 “법적 근거에 기초했다기보다 정치적 목적이 포함된 기획 기소”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주 1회 이상 집중 심리해달라는 특검 측 요청을 받아들여 연말까지 15회차 기일을 사전 지정했다. 재판부가 중계를 허용해 이날 재판은 모두 공개됐다. 하급심 단계에서 선고가 아닌 변론이 일반에 공개된 건 최초다.
◇“200명 검사가 붙어 기소할 건인지…”
이어진 보석 심문에서 재판장은 윤 전 대통령에게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에서 심리 중인 내란 재판에 불출석하는 이유를 물었다. 윤 전 대통령은 “불구속 상태였던 4월부터 재판이나 특검 소환에 성실히 임했는데, 특검은 ‘신속 재판’을 강조하면서 시간을 끌어왔다”며 특검 측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내가 재벌 회장도 아닌데, 200명 가까운 검사가 전직 대통령 사건에 붙어 기소할 만한 건인지 모르겠다”며 “대통령에겐 국정 전반에서 많은 재량권이 있는데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다”고 재차 특검을 겨눴다.윤 전 대통령은 “1.8평짜리 방에서 서바이브(survive·생존)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방 밖으로 못 나가게 하는데, 강력범이 아니라면 위헌성이 있다”며 체력적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숨을 못 쉴 정도로 위급한 상태는 아니지만, 여기 나오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다”며 “보석을 인용해주시면 아침저녁 운동도 하고 당뇨식도 하며 사법 절차에 협조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내란 특검팀은 이 같은 주장에 “보석 사유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수사를 원만히 진행하려고 구속한 것”이라며 “각자 입장이 다른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특검팀은 오는 30일 윤 전 대통령에게 외환 혐의 피의자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한 상태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출석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