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5일 전체회의를 열어 주요 건설회사 대표들을 다음달 13일 국토교통부 등의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건설사 사망사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4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의 송치영 사장을 비롯해 이해욱 DL그룹 회장, 허윤홍 GS건설 대표,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 등이 명단에 올랐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와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각각 택시 영업 독과점,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를 사유로 증인이 됐다. 국토위는 또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부실시공 책임을 따지겠다며 박세창 금호건설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여러 기업인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다음달 24일 ‘온라인 플랫폼 국내 소비자 정보 보호’ 문제를 묻겠다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을 부르기로 했다. 같은 당 박상웅 의원은 박대준 쿠팡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수수료 공제 구조 등 운영 실태를 점검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민주당 의원들은 조만호 무신사 대표,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 김기호 아성다이소 대표 등을 불러 소상공인·입점업체 등에 대한 불공정 거래가 없는지 따져 묻겠다는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무단 소액결제 해킹 사고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KT의 김영섭 사장과 임원진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했다. 지난 4월 유심 해킹 사고가 있었던 SK텔레콤은 유영상 사장이 21일 증인으로, 이종현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가 참고인으로 나온다.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 역시 해킹 사태를 명목으로 불려 나온다. 과방위는 또 유튜브 유해 광고, 인앱결제와 관련해 윌슨 화이트 구글 아시아태평양 대외정책총괄 부사장, 마크 리 애플코리아 사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허욱 페이스북코리아 부대표 역시 ‘검찰 제도 개편 비판 의견에 따른 계정 차단 검열 문제’로 명단에 올랐다.
기업을 향한 무더기 호출은 관례처럼 굳었다는 평가다. 기업인들이 9월마다 ‘국감 공포증’을 호소할 정도다. 기업인을 증인으로 채택해 답변을 제대로 듣지 않고 무작정 호통을 치는 의원이 많은 데다 일부 기업인은 아주 짧게 답변하고 종일 국회에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정감사 별명이 ‘꽃’이자 ‘한 철 장사’”라며 “소위 ‘되는 건’은 몇 없는데 의원들이 너도나도 기업에 호통치며 존재감을 보이고 싶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