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생태계에서 핵심 결제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판이 달라졌다. 네이버는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플랫폼과 금융을 잇는 결정적인 퍼즐 조각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가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손잡은 것도 이런 구상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결제 인프라 확보
2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 연간 거래액은 80조원에 달한다. 이미 막강한 결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네이버가 두나무와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곧바로 대규모 거래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간편결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 네이버는 카드망 수수료를 대체·절감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는 불가능한 담보 대출, 외화 송금, 크로스보더 결제 등으로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확장될 경우 수익원은 다각화된다. 여기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했을 때 예치금 운용 이익까지 얻을 수 있다.
네이버는 일본·동남아시아 등에서 플랫폼 사업을 키워왔지만 글로벌 금융에서는 뚜렷한 무기가 없었다. 두나무를 품으면 블록체인·가상자산 인프라를 기반으로 해외 결제·송금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 페이팔·스트라이프와 맞설 수 있는 한국형 핀테크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기대다. 여기에 매년 1조원씩 이익을 얻는 두나무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은 네이버의 신사업 투자를 뒷받침할 기반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네이버와 업비트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현실화할 경우 2030년께 연간 3000억원 규모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결제·송금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나무, 신사업에 집중 가능
두나무 역시 네이버와 손잡으면서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고 미래 신사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나무는 블록체인 기술력이 높지만, ‘코인으로 돈을 번다’는 부정적 인식 탓에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두나무 전체 매출에서 거래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98%에 달한다. 유망 기업을 인수합병(M&A)하거나 해외 진출을 하려고 해도 제약이 많았다. 이렇다 보니 기업공개(IPO) 전망도 불투명했다. 국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할 움직임이 커졌지만, 정작 가상자산거래소는 논의에서 소외되는 분위기다.두나무가 네이버 품으로 들어가면 이런 문제는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창업자 개인의 지배 구조를 벗어나 네이버라는 빅테크 계열사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업비트가 네이버 플랫폼과 결합하면 스테이블코인 결제·송금 등 실사용처가 확보돼 거래소 수수료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네이버의 일본·동남아 네트워크와 맞물리면 해외 진출도 노릴 수 있다.
향후 거래가 성사되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대주주 변경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융당국이 빅테크의 가상자산업 진출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변수로 꼽힌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과정에서 은행 중심으로 허용이 논의될 경우 네이버·두나무 연합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조미현/고은이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