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도를 앞세운 배송 경쟁이 온라인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을 시작으로 당일·주7일 배송 등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빠른 배송'은 더 이상 차별화 요소가 아닌 기본 옵션이 됐다. 이제는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뿐 아니라 브랜드 자사몰까지 배송 경쟁력 확보에 나서며 ‘배송=경쟁력’이라는 공식이 굳어지고 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마트는 주문 후 1시간 내로 배송을 완료하는 ‘퀵커머스’ 서비스를 본격 확대했다. 이마트는 현재 61개 점포에서 운영 중인 이 서비스를 연말까지 거점 점포 19곳을 추가해 이용 범위를 넓히고, 상품 수도 6000여종에서 1만종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배송 플랫폼도 다변화했다. 기존에는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통해서만 이용 가능했지만 최근 SSG닷컴 내 ‘바로퀵’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며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했다. 멀티 채널 전략으로 고객 수요를 폭넓게 흡수하면서 배송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패션 플랫폼도 배송 서비스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에이블리가 운영하는 남성 패션 플랫폼 4910(사구일공)은 지난 11일 주문한 당일에 상품 출고를 보장하는 ‘오늘출발’ 서비스를 선보였다.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의 빠른 배송 모델을 남성 패션으로 확대 적용한 것이다. 카카오스타일이 전개하는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도 지난 4월 ‘주 7일 배송’을 도입했다. 읍·면 단위를 제외한 전국에서 주말에도 밤 10시 이전에만 결제를 완료하면 다음 날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빠른 배송은 도입 직후부터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주(9월 15일~21일) 바로퀵의 일평균 매출 및 주문 건수는 서비스 출시 첫 주(9월 1일~7일) 대비 약 40% 증가했다. 지그재그도 주말 익일 도착이 보장되면서 5월부터 8월까지 주말 평균 거래액이 직전 4개월 대비 15% 늘었다. CJ온스타일도 지난달 ‘오늘 도착’ 서비스의 주문 마감 시간을 기존 오전 10시30분에서 오후 1시로 연장한 후 최근 한 달간(8월 18일~9월 17일) 서비스 물동량이 전월 동기 대비 24.7% 증가했다.

유통업계가 빠른 배송에 사활을 거는 건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진 영향이 크다. 그 출발점에는 쿠팡의 ‘로켓배송’이 있다. 쿠팡은 물류와 배송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2014년 로켓배송을 처음 선보였다. 주문 다음 날 바로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구매 만족도를 끌어올렸고, 쿠팡은 e커머스 시장뿐 아니라 국내 유통업계 판도를 단숨에 바꿔놓았다. 쿠팡의 성공을 목격한 업계가 소비자가 기대하는 배송 속도를 충족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일제히 배송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빠른 배송’을 앞세우면서 업계 전반에서도 빠른 배송이 당연한 기준이 됐다”라며 “서비스 도입으로 매출이나 주문 전환율이 증가하는 효과도 분명히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높아진 배송 기준점을 충족시켜 쿠팡 등 이커머스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대응적 성격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플랫폼을 넘어 브랜드 자사몰로 확산하고 있다. 쿠팡·네이버 같은 대형 플랫폼뿐 아니라 최근에는 개별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자사몰에서도 빠른 배송이 필수 경쟁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물류 서비스에 대한 브랜드 측 수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자사몰 구축 서비스업체 아임웹에 따르면 2024년 배송 옵션 관련 문의량은 전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관련 문의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5% 늘었다.
이에 아임웹은 입점 브랜드들이 재고 관리와 출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기존 물류 파트너사인 파스토에 이어 최근 한진·품고·모두먼트 등 3개 물류사와도 협업하며 브랜드들이 상황에 맞는 물류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자사몰까지 빠른 배송 전쟁에 뛰어드는 이유는 단순히 물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주문부터 배송까지 구매 과정 전반에서 소비자 데이터를 직접 수집할 수 있어 데이터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브랜드에서 직접 배송을 관리하거나 전문 물류사와 협력하면 배송 속도, 고객 응대 등 전반적인 브랜드 경험을 통제하면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송 경쟁이 이커머스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은 어느 채널에서 쇼핑하든 빠르고 정확한 배송 서비스를 기대하고 있다"라며 "배송 서비스 수준이 고객 만족도와 브랜드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된 만큼 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