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외국인들이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종목을 가리지 않고 주도 업종을 사들이던 외인들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과 성장성에 따라 종목별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인들은 지난 15~24일 8거래일 간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6746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직전 8거래일 간 4조5711억원 어치를 사들인 것과 비교해 2조원 가량 줄어든 규모다.
코스피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데다,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의 악재가 겹쳤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외인들은 종목별로도 세분화해 한국 주식을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8거래일 간 외인들은 삼성전자를 2조7236억원 순매수했지만 SK하이닉스는 6104억원 순매도에 나섰다.
직전 8거래일 간 SK하이닉스(2조2300억원)와 삼성전자(1조5097억원)를 동시에 대량 순매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삼성전자가 레거시 D램 업황 호전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진입과 같은 호재를 등에 업자 장기간 소외로 비교적 상승 여력이 큰 삼성전자를 사들이고 SK하이닉스는 매도하는 전략을 쓴 것으로 풀이된다.
원전주도 마찬가지다. 외인들은 최근 8거래일 두산에너빌리티를 3086억원 순매수하고 비에이치아이는 735억원 순매도했다. 직전 같은 기간엔 두산에너빌리티를 1062억원 순매수하고 비에이치아이 순매도 규모는 13억원에 그쳤지만 최근 두산에너빌리티로 외인 수급이 쏠린 것이다.
자동차주는 현대모비스 매수는 이어가는 반면 대미 품목 관세 직격탄을 맞게되는 현대차는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최근 8거래일 간 외인들은 현대차를 각각 1768억원 어치 팔아치웠다. 직전 같은 기간 995억원 순매수에서 180도 바뀐 것이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두 기간 모두 849억원, 609억원 순매수였다.
앞으로도 외인들은 전방위 매수세보다는 종목별 선별 매수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주식 고평가' 발언, 다시 불거진 인공지능(AI) 투자 버블 논란, 환율 상승 등이 단기 악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라며 "장기 추세가 바뀌진 않겠지만 당분간은 매수세가 이전에 비해 주춤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