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와의 '승부'는 '어쩔수가없다'란 말이 떠오릅니다."영화 '보스'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라희찬 감독과 배우 조우진, 정경호, 박지환, 황우슬혜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소감과 비화를 전했다.
'보스'는 조직의 보스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차기 보스 선출 과정을 그린 코믹 액션 영화다. 보스 후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리라는 예상과 달리, 각자의 꿈을 위해 서로 자리를 양보하면서 정작 보스를 원하는 인물은 외면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다. 영화는 세력 다툼보다 양보 전쟁이라는 설정을 통해 색다른 웃음을 유발한다.
작품에는 중식당 '미미루'의 주방장이자 전국구 맛집 셰프를 꿈꾸는 '순태'(조우진), 조직의 후계자지만 탱고 댄서를 지망하는 '강표'(정경호), 조직의 넘버 3이자 홀로 보스를 원하는 '판호'(박지환), 조직 내부에 잠입한 언더커버 형사 '태규'(이규형) 등이 등장한다. 각 캐릭터는 본래의 정체성과 숨겨둔 욕망을 오가며 코미디적 상황을 만든다. 라희찬 감독은 "본캐와 부캐를 동시에 지닌 캐릭터들의 대비를 통해 코미디의 재미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라 감독은 "명절마다 반복되는 클리셰 소재와는 달리 조폭물이지만 의리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이나 꿈으로 향해가는 것을 강조하는 이야기"라며 "개인적인 코미디 취향에 액션을 가미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어 "보스를 맡지 않으려는 설정을 단순히 웃음으로만 풀기보다, 각 캐릭터의 꿈과 딜레마를 어떻게 표현할지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여경래 셰프에게 요리 수업을 받은 조우진은 "보스를 하기 싫어하는 마음가짐과 요리를 사랑하는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 셰프와 박은영 셰프가 가르쳐주시는 과정을 관찰하고 참고했다"며 "직업 정신이 굉장히 아름답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정경호는 캐릭터 설정 과정을 소개하며 "원래는 피아노였는데 대본 리딩 후 감독님과 간 곳이 우연히 탱고바였다"며 "그때부터 석 달 정도 연습했다"고 말했다. 그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탱고에 집중했고, 워낙 춤을 못 춰서 고생했지만, 동료들과 함께 재미있게 준비했다"고 전했다.
라 감독은 "정경호가 늦게 캐스팅돼서 합류했다. 시나리오 초반에 정경호를 생각하며 피아노로 준비했다가 자유분방한 에너지를 느껴 다른 버전을 준비했다"며 "정경호의 자유로운 성향을 보고 탱고 쪽이 더 어울린다고 판단해 설득했다"고 부연했다.
박지환은 정경호에 대해 "배우보다는 현장에 댄서 한 명이 초청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른 분들은 대사를 외우는데 정경호는 구석에서 몸을 흔들고 있었다"고 거들었다.
이규형은 "'무간도', '신세계' 계보를 잇는 언더커버 캐릭터를 맡았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물의를 일으킨 것 같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고 최대한 진지하게 접근했다"며 "박지환과 마지막 액션신을 함께하며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황우슬혜는 "저희 영화는 '천만 될 영화'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조우진 선배는 연기할 때마다 배울 점이 많았다. 어떤 장면은 '슬혜가 더 나왔으면 좋겠다'며 추가되기도 했다. 연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 정말 치열한 노력의 결과라는 걸 느꼈다"고 했다. 또 "이규형과는 한 장면밖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주고받는 호흡이 좋았다. 다음 작품에서도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
'보스' 팀은 홍보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있다. 조우진은 "홍보 활동을 하면서 8㎏이 빠졌다. 그래서 별명은 '홍보핑'으로 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촬영할 때도 이렇게 살이 빠진 적이 없는데 살면서 이렇게 드라마틱한 한 달을 보낼 수 있나 싶어질 정도로 다사다난했다"고 근황을 전했다.
조우진은 이병헌 주연작 '어쩔수가없다'(박찬욱 감독)와의 추석 맞대결에 대해 "올해 이병헌 형님과 올해 '승부'를 함께 했고, 추석 때 '보스'와 '어쩔수가없다'가 개봉하게 됐다"며 "보스와의 승부는 어쩔 수가 없다"라고 재치 있게 말했다. 아울러 그는 "대결이라는 생각은 못 했지만, 두 작품이 함께 활기를 불어넣는 투톱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화 '보스'는 다음 달 3일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