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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3조 수업료…새로운 길 모색하는 지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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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3조 수업료…새로운 길 모색하는 지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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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이마트 주가는 꾸준히 올랐다. 경쟁사에 밀려 2년째 내리막길을 걷던 상황에 온라인 사업이 조금씩 성과를 내자 주가는 반등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21년 하반기 주가는 내리막으로 방향을 틀었다. 17만원대의 주가는 2022년 하반기에 8만원대로 떨어졌다. 1년 만에 반토막 났다. 이마트가 G마켓(지마켓,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결정한 시점으로, 온라인 전환의 비용 부담이 커진 게 주가 하락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신세계는 승자의 저주가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금 얼마냐보다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M&A(인수합병) 판단 기준이라고 했다. 회사는 ‘대(大)전환점’, ‘양질의 무형자산 확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모멘텀’ 등의 단어를 써가며 인수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정 회장의 뜻대로 되기에는 너무 늦은 참전이었다. 이마트 산하에서 지마켓은 한 번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 지마켓은 4년 만에 이마트 연결실적에서 제외된다. 후발주자로 급하게 추진한 M&A의 결과다.
    “더 빨리 하고 싶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리테일 시장의 온라인 전이가 최소 3년 이상 앞당겨졌습니다. 고객은 비대면의 안정과 편리함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마트의 지마켓 인수는 정용진 회장의 2021년 신년사를 통해 예고됐다. “올해(2021년)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신년사 발표 2개월 뒤 이마트는 지마켓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카카오가 인수를 포기하고 롯데가 낮은 금액을 써내면서 발을 뺐지만 이마트는 달랐다.

    2021년 6월 24일 이마트는 지마켓 지분 80.1%를 3조4404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당초 시장에서 언급된 금액(5조원)보다 낮아지긴 했으나 오픈마켓 플랫폼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마트는 마곡 부지(8100억원), 성수동 본사 건물과 부지(1조2200억원), 가양점(6800억원) 등을 연이어 매각하면서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정 회장이 급할 만도 했다. 쿠팡은 급성장했고 네이버도 온라인쇼핑 점유율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대형 M&A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더더욱 그가 오래전부터 온라인 사업 전환을 주장해왔기 때문에 답답함은 더 컸다. 정 회장은 1990년대 정보기술(IT)·인터넷주가 급격히 오르며 인터넷 열풍이 불 때부터 온라인에 관심을 가졌다. 지속적으로 온라인 사업 확대를 주장했지만 2010년대 중반까지 기존 경영진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0년 신세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취임됐을 때도 온라인 사업 확장을 회사의 중장기 목표로 내걸었다. 미국 월마트가 2000년에 이미 온라인몰 ‘월마트닷컴’을 만들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한 것을 고려하면 10년 가까이 늦었기 때문이다. 당시 정 회장은 신세계I&C로부터 신세계몰 사업을 인수하며 변화를 꾀했다. 한 임원회의에서는 “이베이 홈페이지에서 구입한 옷을 입고 다음 회의를 하자”고 제안하는 등 직접 온라인 사업을 챙길 정도로 관심을 쏟았다.


    문제는 정 회장의 계획대로 사업을 확장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유통업’의 본질은 온라인이 아니라는 지적과 이커머스 산업의 미래 전망을 부정적으로 판단한 기존 경영진의 반대에 적극적인 투자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3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면서까지 지마켓을 품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20년이 넘는 정 회장의 좌절이 있었다.
    4년 도돌이표…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된 이커머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쇼핑 일상화가 자리 잡았고 이커머스 영향력이 크지 않았던 이마트는 급해졌다. 단기간에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M&A는 이마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다. 오픈마켓 플랫폼 경쟁력 약화에도 지마켓이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 해마다 거래액(GMV)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인수를 결정했다.


    2021년 11월 15일 지마켓이 이마트 연결실적에 편입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마켓을 활용한 온라인 사업에 대해 뚜렷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지 않으면 인수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지마켓의 실적은 꾸준히 악화됐다. 2021년 4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듬해 65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과 2024년에도 각각 320억원과 674억원의 적자가 났다. 영향력도 줄었다. 매출은 2022년 1조3185억원에서 지난해 9612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마켓 인수가 실패한 요인으로는 △더딘 물류 투자 △이커머스 사업 간 시너지 부족 △오픈마켓 플랫폼의 차별화 한계 등이 꼽힌다.

    우선 물류 투자 속도가 느렸다. 물류 투자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 이상의 거래액이 나와야 하지만 SSG닷컴만으로는 가동률을 끌어올릴 수 없었다. 이마트는 지마켓 인수와 동시에 온라인 물류센터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그 기간을 ‘4년’으로 잡았다. 물류인프라 구축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오픈마켓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마트는 공격적인 투자를 하지 못했다.

    반면 쿠팡은 2014년부터 1년에 평균 7000억원 이상을 물류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물류 투자비만 약 7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2026년까지 추가로 3조원을 더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사업 간 시너지도 부족했다. 이커머스 사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단순한 점유율 확대보다는 지마켓·SSG닷컴 간 융합 시너지가 필요했다. 업계에서는 인수 후 지마켓과 SSG닷컴의 연계 서비스가 나오지 않겠냐는 기대가 나왔다. 그러나 이마트는 ‘개별 운영’을 택했다. 두 플랫폼의 단기적 개별 거래액(GMV) 성장세에 집중한 탓이다.

    각 플랫폼의 GMV 성과가 미미하자 이마트는 올해 들어서야 SSG닷컴과 지마켓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 연동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마켓 입점 셀러 상품을 SSG닷컴에 연동해 노출시키는 방식이다.

    GMV 하락은 물류 사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거래액이 줄어들자 이마트는 이커머스 물류 사업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6월 김포에 있는 SSG닷컴 자체 물류센터 네오 2개와 오포에 지은 첨단물류센터를 CJ대한통운에 이관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하락세였던 오픈마켓 플랫폼의 차별화도 실패했다. 지마켓은 공산품을 주로 판매한다는 점에서 쿠팡과 사업 분야가 겹친다. 그러나 배송 품질은 직매입 중심의 쿠팡보다 떨어진다.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가 없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지마켓 인수에 3조원을 투자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이마트는 알리익스프레스 운영사인 중국 알리바바 인터내셔널과 손을 잡았다. 양측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설립하고 지마켓을 합작법인의 자회사로 편입시킨다. 지마켓에 대한 이마트의 실질 지분율은 80%에서 약 40% 수준으로 하락하고 이마트 연결실적에서는 오는 4분기 편출될 예정이다. 이마트의 지배력이 알리바바 측보다 낮기 때문에 합작법인 실적은 지분법(지분율만큼만 반영)으로 반영하게 된다. 편출만으로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2026년 기준 10% 이상 개선될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마켓이 장기간 독자 브랜드로 운영돼 이마트와 브랜드 시너지는 제한적이었을 것”이라며 “소비자들도 지마켓이 이마트 연결 자회사라는 인식이 적었다”라고 설명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마트의 향후 이커머스 사업 방향에 대해서는 “이마트는 오픈마켓 형태의 온라인 비즈니스의 한계점을 인식, 롯데도 버티컬몰(의류, 화장품) 온라인을 전개하며 효율화 중”이라며 “이마트는 SSG닷컴을 통해 그로서리 온라인에 집중하는 전략을 예상한다. 홈플러스 이슈 등 반사이익도 누릴 수 있고, 여러 상황을 활용해 앞으로 이커머스 사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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