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24일 17:2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프랜차이즈 업체에 투자한 사모펀드(PEF)들이 긴장하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후 첫 공정 거래 대책으로 가맹점주 권익 강화에 힘을 실어주면서다. 앞으로 가맹점주도 노동조합처럼 단체협상권을 보장받게 되고, PEF가 경영권을 매각할 때 점주단체와의 협의를 거쳐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맹점 관리와 투자금 회수 난도가 크게 높아져 프랜차이즈 투자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구체적 협의 대상에 관심 집중
24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발표한 가맹점주 권익 강화 종합대책의 후속 작업으로 가맹사업법 및 관련 시행령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책은 가맹점주에게 단체협상권을 보장해주는 게 골자다. 그동안에도 가맹사업법상 점주단체는 가맹본사에게 협의을 요청할 수 있었지만 본사가 협의를 거부해도 제재 규정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공정위는 점주단체를 공정위에 등록할 수 있게 하고, 점주단체가 요청한 협의에 불응하는 가맹본사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제재 근거를 신설할 계획이다.업계에선 점주단체와 가맹본사 간의 구체적인 협의 대상이 무엇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현 가맹사업법에서는 양측이 협의할 대상을 '가맹계약 변경 등 거래조건' 수준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협의 대상에 대한 정의가 모호한 만큼 공정위는 향후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이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이 과정에서 경영권 매각도 협의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경영권 매각은 가맹계약의 직접 당사자인 가맹본사의 소유주가 바뀌는 중대한 거래조건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다만 협의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가맹본사가 점주단체에게 경영권 매각 시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가맹사업법상 협의 과정에서 가맹단체가 가맹본부의 경영 등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는 만큼 경영권 매각을 협의 대상에 포함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알맹이 빠진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가맹점주들은 가맹본사의 경영권이 PEF 등으로 매각된 뒤 재료 납품 단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아직 구체적인 협의 대상은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점주단체 협의 의무제는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 도입할 예정이다.
프랜차이즈 투자 매력 떨어져
프랜차이즈 업체에 투자하고 있는 PEF들은 공정위가 내놓은 대책에 비상이 걸렸다. 점주단체의 단체협상권이 보장되면 그만큼 가맹점 관리 난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재료 납품 단가 등을 결정하는 협의에서 점주단체의 힘이 커지고 협상력이 높아지면 가맹본사의 수익률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협상 과정에서 구설이 이어지는 것도 PEF엔 부담이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사태 이후 국내 PEF 운용사들은 정치권 등에서 타깃이 되는 걸 피하기 위해 최대한 몸을 사리고 있다. PEF 업계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 시 정성평가 기준에 사회적 책임을 반영하기로 하는 등 점주단체와의 협상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나는 건 향후 펀딩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다.
경영권 매각 등의 결정을 점주단체와 협의해야 하는 쪽으로 법과 시행령이 개정된다면 더 큰 문제다. 점주단체가 반대하더라도 매각을 강행할 순 있지만 협의 과정에서 위로금 등을 지급해야 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IB업계 관계자는 "회사를 사고 파는 과정에서 노조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가맹점주들에게 위로금을 내놓는 게 '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PEF 사이에서 프랜차이즈는 인기 투자 영역 중 한 곳이었다. 현금흐름이 좋고, 비교적 경영 난도도 높지 않아서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를 운영하는 MBK파트너스를 비롯해 UCK파트너스(설빙), 케이스톤파트너스(역전할머니맥주), 큐캐피탈(노랑통닭),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버거킹), 맘스터치(케이엘앤파트너스) 등이 프랜차이즈 업체를 포트폴리오로 둔 대표적인 PEF 운용사다. JKL파트너스는 스틱인베스트먼트에 세탁 프랜차이즈 크린토피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의 칼날이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로 향하면서 앞으로 프랜차이즈 업체 투자 매력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PEF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공정위는 프랜차이즈 정보공개서 공시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공시 내용으로 PEF가 소유한 가맹점 여부와 PEF·운용사 명칭, 보유 지분율, 최대주주 지분 취득일 등을 기재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사모펀드가 단기적 차익 실현을 위해 가맹점주에 대한 비용 전가 우려가 있다"고 제도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