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기 자금을 굴리는 ‘파킹형’ 상장지수펀드(ETF) 자금이 주식형 ETF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증시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크게 상승하자 과감한 베팅에 나서야 할 때라고 판단한 투자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 순매도 상위 20개 중 6개가 파킹형
23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1주일(16~22일)간 개인투자자 자금이 많이 빠져나간 ETF 상위 20개 중 6개가 파킹형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파킹형 ETF는 마치 자동차를 잠시 주차했다가 빼는 것처럼 단기로 자금을 운용하기에 적합한 상품이다.가장 많은 돈이 빠져나간 파킹형 ETF는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다.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초단기 금리를 하루 단위로 복리 적용하는 상품이다. 이 기간 540억원이 순유출됐는데, 국내 상장된 1000여 개 ETF 중 두 번째로 큰 순매도 규모다. 3개월 이내 초단기 채권에 투자하는 ‘RISE 머니마켓액티브’에서도 119억원이 순유출됐다.
이 밖에 ‘TIGER CD1년금리액티브(합성)’(-76억원) ‘KODEX 머니마켓액티브’(-69억원) ‘SOL 초단기채권액티브’(-58억원) ‘TIGER KOFR금리액티브(합성)’(-48억원) 등이 순매도 상위권에 올랐다.
순매수 1~20위는 미국과 한국에 투자하는 주식형 ETF가 채웠다. 파킹형 ETF는 한 개도 없었다. ‘TIGER 미국S&P500’에 988억원이 몰렸고, ‘KODEX 200’에도 821억원이 순유입됐다. 주주환원 정책에 기대가 커지며 이달 16일 상장한 ‘PLUS 자사주매입고배당주’에도 522억원이 순유입됐다. ‘ACE KRX금현물’과 ‘TIGER KRX금현물’ 등 금 ETF를 비롯해 ‘KODEX 반도체레버리지’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 등에도 자금이 몰렸다. ◇ 韓·美 증시 추가 상승에 베팅
지난달까지만 해도 개인투자자는 시장을 관망하는 분위기였다. 8월 파킹형 ETF에는 주식형(4018억원)과 채권형(2279억원)보다 많은 4606억원이 흘러들었다.단기 상품으로 자금을 굴리며 시장을 지켜보던 개인투자자의 태도 변화는 이달 들어 본격화했다. 한국과 미국 증시가 강세장 초반 쏟아진 차익 실현 매물을 소화하고 나서도 우상향하자 당분간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한 자산운용사 ETF본부장은 “8월은 휴가철이기도 하고 증시 방향성이 명확해지기 전이라 단기 자금 ETF 수요가 이달 초까지 이어졌지만, 최근 한국과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주식형 ETF로 흐름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대표지수 ETF는 물론 반도체 레버리지, 금·은 등 귀금속 ETF 등 다양한 상품으로 개인투자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는 미국발(發) 반도체 훈풍이 이어지고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속도를 내면 증시가 꾸준히 우상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최근 코스피지수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대다수 종목이 주춤하고 있어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이슈가 연일 코스피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면서도 “반도체 등 증시를 이끄는 몇 개 대형주를 제외하면 증시에 전반적으로 혼조세가 나타나고, 환율과 미 국채금리 등 금융시장 전반에 불안정한 지표도 관찰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