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5일 미국 뉴욕의 타운홀에 한국의 대표 클래식 음악가들이 무대에 선다. 공연명은 ‘Resonance of Freedom’. 광복 80주년 및 뉴욕한인교회 독립운동 전시관 개관을 기념하는 음악회다.
1921년 문을 연 타운홀은 100년 넘게 도시의 역사를 기록해온 장소다. 미국으로 떠난 한국인들에게도 1921년 3월 2일 뉴욕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장소로 상징적 의미가 있다.
공연은 피아니스트 백혜선을 비롯해 성악가 홍혜란, 최원휘, 김효나, 최기돈이 참여한다. 또 샌디에이고 주립대 교수인 작곡가 김택수의 신작 칸타타 ‘The Grass Still Grows(들풀)’이 세계 초연된다.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과 백혜선 협연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도 연주된다.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지휘자 김동민과 뉴욕클래시컬 플레이어스가 함께 무대를 만든다. 이에 앞서 보스턴의 뉴잉글랜드 음악원(NEC) 조던홀에서 같은 내용으로 3일 공연이 열린다.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인 백혜선 피아니스트가 직접 나서서 만든 무대다.
백혜선 피아니스트는 최근 아르떼와 인터뷰에서 “이곳 타운홀은 1921년 3월 2일 한국인들이 뉴욕에서 처음 독립운동을 시작한 장소”라며 “그 역사적 무대에서 광복과 전시관 개관을 함께 기념하게 돼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공연을 통해 시대의 외침과 고통을 함께 느끼는 일”이라며 음악이 단순한 예술 행위를 넘어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택수의 ‘들풀’은 전시관 개관을 위해 위촉된 작품으로, 기억(memory), 공동체(community), 희망(hope)을 주제로 삼은 비종교적 칸타타다. 칸타타는 성악과 기악이 어우러진 음악 형식으로, 종교적 또는 세속적 내용을 담은 여러 악장으로 구성된 곡.

김택수 작곡가는 아르떼와 인터뷰에서 “이 곡을 만들면서 전시관 공간, 한인 공동체의 이야기, 필라델피아·뉴욕 등 디아스포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떠올렸다”고 했다. 음악은 개인의 감정뿐 아니라 공동체의 기억을 이어주는 통로여야 한다는 믿음이 곡에 깔렸다.
가사는 영어·한국어·라틴어가 교차하며, 미국 독립선언문, 변영로의 '논개', 신사임당 시, 자유의 여신상을 노래한 미국 시 등이 악장마다 중요한 모티프가 된다. 전체 14개 악장, 35분가량 되는 곡이다. 마지막 악장은 '아리랑'을 모티브로 했다.
김 작곡가는 “여러 언어와 텍스트를 따라가며, 역사의 목소리가 현재 우리 삶 속으로 들려오는 순간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곡이 길고 언어가 다양해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야기와 배경을 알면 음악은 단순한 소리가 아닌 공감과 역사의 울림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 음악회는 한국 문화예술을 넘어 해외 한인 공동체의 정체성과 기억을 세계에 알리는 무대다. 특히, 1921년 첫 독립운동이 시작되었던 뉴욕 타운홀에서 104년 만에 같은 공간에서 광복과 독립운동의 역사를 기념하는 무대라는 점이 뜻깊다. 공연은 국가보훈부, 주뉴욕 총영사관, 한국문화원 등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3일 보스턴 공연은 보스턴 한미예술협회가 주최하고 보스턴 총영사관이 협력·후원한다. 5일 뉴욕 공연은 뉴욕 한국음악재단이 협력·주최한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