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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유급휴가 주세요" 성희롱 피해자 요청 받아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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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유급휴가 주세요" 성희롱 피해자 요청 받아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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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이하 두 법을 통칭하여 ‘법’이라고 한다)은 각각 직장 내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근로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로 하여금 ‘적절한 보호조치’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법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사용자는 (i)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고(객관적 조사), (ii) 조사 기간 중에는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사전적 보호조치), (iii) 조사 결과 성희롱·괴롭힘이 확인된 때에는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사후적 보호조치)(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 제3항, 제4항 및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2항, 제3항, 제4항).


    위와 같은 법 규정은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 내지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인 보호의무의 특칙으로 이해되는데, 현장 실무에서는 주로 (iii) 성희롱·괴롭힘 발생이 확인된 후 사용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얼마나, 또 어떻게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해 계속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선고된 하급심 판례들을 살펴보면 이에 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사용자가 피해근로자에 대해 어떤 보호조치를 해줘야 하는지와 관련하여 기초가 되는 문제는 피해자 보호조치가 사용자의 ‘재량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만약 보호조치가 사용자의 재량이 통하는 영역이 아니라면 사용자의 운신의 폭은 좁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차별적 처우 내지 위법행위로 인정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정함에 있어 사용자가 반드시 피해근로자의 요청내용에 그대로 구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으며(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6. 20. 선고 2023가단5380350 판결), 서울행정법원은 ‘사용자는 보호조치를 선택할 때 어느 정도 재량권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고 하여 피해자 보호조치가 사용자의 재량영역에 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인정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24. 10. 11. 선고 2023구합85741 판결). 그 외에도 판례는 ‘유급휴가 명령 등은 피해근로자에 대하여 사용자가 취하여야 할 조치 중 하나를 예로 든 것이고,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근로자의 유급휴가 신청 내용에 그대로 구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다(제주지방법원 2025. 2. 6. 선고 2023가합11053 판결). 즉, 사용자가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내용을 형성할 수 있는 ‘재량사항’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는 ‘보호조치가 사용자의 재량이라면, 피해자에게 꼭 유급휴가라는 방식으로 보호조치를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분명 유급휴가는 ‘예시적’인 조치이므로, 유급휴가를 전혀 부여하지 않더라도 부당한 조치가 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고 피해자의 회복을 돕는다’는 목표에 유급휴가가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 그리고 근로자가 유급휴가를 요청하였음에도 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않고 좌석 재배치만 한 경우 적절한 조치로 보기 어렵다고 본 사례도 존재하는 점(서울행정법원 2023. 12. 15. 선고 2023구합56958 판결) 등을 고려할 때,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확인 된 후 어느 정도는 유급휴가를 부여하는 것이 사용자가 ‘적절한 조치’를 다했다는 판단을 받는데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판례도 성희롱 발생 확인을 전후하여 78일간 특별 유급휴가를 부여한 후에 피해자가 다시 3개월 유급휴직을 요청하자 이를 반려한 경우에는 이미 충분히 보호조치를 하였다고 보아 제14조 제4항 위반이 아니라고 보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6. 20. 선고 2023가단5380350 판결).


    그렇다면 보호조치의 종류와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사용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가?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위 서울행정법원 2023구합85741 판결은 피해자 보호조치는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성’과 피해자의 ‘피해내용, 건강상태, 필요 치료기간 등’을 고려하여 사용자가 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회사의 인사 원칙, 관련 보직 자리의 제한성, 원고와 같은 연구직의 전문성과 특수성, 다른 직원들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 19. 선고 2021나42155 판결). 즉, 사용자는 인사원칙, 타직원과의 형평성, 사업장의 여건 등 ‘사용자 측 요소’와 피해 수준 및 피해근로자의 의사와 같은 ‘근로자 측 요소’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눈 여겨 봐야 하는 부분은, 법원은 (i) 보호조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용자가 ‘피해자와 협의’를 하였는지 (ii) 피해자의 요청을 반려하는 경우 그 대신 적절한 조치를 제시하였는지를 함께 고려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법이 ‘피해근로자의 의사’를 들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고, ‘적절한’ 보호조치를 찾는데 이 같은 의사소통이 효과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판례가 사용자가 피해근로자와 3차례에 걸쳐 협의하면서 이동 희망 부서를 선택하게 한 점을 중요하게 고려하여 피해자가 요청한 추가적인 유급휴직을 반려하였더라도 부당한 조치가 아니라고 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6. 20. 선고 2023가단5380350 판결). 나아가 사용자로서는 법이 직접 언급하고 있는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만을 고려하기보다는 근무시간의 조정, 업무분담이나 업무내용의 변경, 업무장비의 변경 등을 피해근로자에게 제안하고 피해근로자의 의사를 고려하여 이러한 조치를 적절히 가미하는 것도 사용자가 충분한 고민을 통해 재량권 행사를 하였음을 보여주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법은 안전배려의무의 특칙으로서 사업주로 하여금 피해근로자에 대한 2차가해를 방지하고 회복과 복귀를 도울 수 있도록 ‘적절한 보호조치’를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근로자가 성희롱·괴롭힘 피해를 근거로 사용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유급휴가 등 조치를 장기간 계속 요구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어 사용자들로서는 고민거리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칫 과도한 보호조치가 인사원칙을 무너뜨리고 사내 형평성 이슈를 촉발시켜 기업문화에서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로서는 무작정 피해근로자의 보호에만 치중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보호조치를 과소하게 하는 것도 고민스럽다. 보호조치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직접적인 결과는 과태료 처분이나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이고, 피해근로자가 향후 사용자의 인사조치 등과 관련하여 ‘불리한 처우’를 주장할 경우(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 ‘적절한 보호조치’가 있었는지 여부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형사처벌 여부와 정도를 결정하는데도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결국 피해자의 피해 정도와 인사원칙 내지 형평성과 같은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 사정에 적합한 조치를 찾을 필요가 있다. 특히 사용자는 적절한 조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피해근로자와 의사교환을 충분히 하고, 또 피해자의 요청을 반려하더라도 적절한 대체적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김종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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