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도 세계적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김장호 나노바이오시스템의 대표(전남대 융합바이오시스템기계공학과 교수)는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창업 초기에는 지역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데이터를 쌓고 성과를 내니 투자 기관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며 “결국 중요한 건 실력과 ‘집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남대 연구실에서 20여년간 연구한 나노소재·줄기세포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2017년 회사를 창업했다. 수도권이 아닌 광주광역시 북구 첨단지구에서 시작한 그의 도전은 창업 8년 만에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성과로 이어졌다.
창업 당시만 해도 수도권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지역 기업은 위험하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야 했던 그는 보란듯이 성공을 이뤄냈다.
김 대표가 ‘지역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여전히 지역 창업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떠나고, 기업들은 인재 부족으로 성장에 제동이 걸리는 상황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기업인이기 전에 교수로서, 어떻게 하면 우리 학생들이 지역에 남아 커리어를 만들 수 있을까 매일 고민했다”며 “지역의 저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더 많이 나와야 하고, 좋은 기업이 늘어나야 학생들도 지역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는 전국 6대 광역시 중 상장기업 수가 21개로 가장 적다”며 “상장기업 5개만 늘어나도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고 지역에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교원과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그가 창업한 나노바이오시스템은 세계 최대 뷰티 전시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지난 4일엔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 기술혁신개발’ 사업에 최종 선정되며 첨단 재생 나노 패턴 창상피복재를 실제 의료현장으로 확장될 상용화 기반도 마련했다.
나노바이오시스템의 핵심 인력은 전남대 졸업생이다. “지역 대학이 제공하는 연구 기반 시설과 인재 없이는 오늘의 성과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회사의 성장에도 주력하고 있다. 단기적 목표는 셀로잇 나노패치를 글로벌 시장에 안착시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줄기세포 치료제와 인공조직 개발을 통해 10년 내에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달성하는 글로벌 재생의료 기업으로 커 나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지역 창업은 지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전략 과제”라며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가진 기업을 과감히 발굴하고, 선택과 집중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역 청년들이 ‘가장 가고 싶은 회사’로 키우는 게 중요하다”며 “창업자가 성장하면 기업이 성장하고, 기업이 성장하면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그 선순환이 곧 지역의 힘”이라고 덧붙였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