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구글 등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립에 속도를 내면서 낸드플래시도 쇼티지(공급 부족)에 직면했다. D램뿐 아니라 장기 침체에 빠졌던 낸드마저 공급 과잉 현상이 풀리면서 ‘메모리 슈퍼사이클’ 기대가 커지고 있다.
2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주요 고객사에 올 4분기 낸드플래시 가격 10% 인상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엔 업계 5위 미국 샌디스크가 가격을 10% 올렸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가격 인상에 동참할 것으로 보고 있다.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비(非)휘발성 메모리 반도체다. 낸드는 2020~2021년 슈퍼사이클 이후 2022년부터 극심한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사가 나눠 가지는 D램에 비해 공급사가 많은 데다 전방 시장인 스마트폰과 PC 시장이 성장 정체에 빠진 탓이다.
반등을 이끈 건 AI 데이터센터의 업그레이드 수요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저장장치를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서 저장 용량이 훨씬 크고 읽기 속도가 빠른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로 교체하고 있어서다. eSSD는 낸드플래시를 기반으로 제조하는 고용량 저장장치다.
업계 관계자는 “HDD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eSSD의 가성비가 커지자 이참에 저장장치를 eSSD로 바꾸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최대 수혜 기업은 글로벌 낸드 시장점유율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점유율은 삼성전자 32.9%, SK하이닉스 21.1%, 키옥시아 13.5%, 마이크론 13.3%, 샌디스크 12.0% 등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의 eSSD 점유율은 각각 34.6%와 26.7%로 일반 낸드보다 더 높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eSSD 수요 확대에 힘입어 낸드 가격이 올 3분기 3%, 4분기 5%, 내년 1분기 3% 등 세 분기 연속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