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각제인 일본에선 다수당 대표가 통상 총리에 오르며, 현재 제1당은 자민당이다. 다음달 4일 새 총재가 선출되면 하순께 의회에서 차기 총리를 뽑는 일정이다. 비교적 온건한 역사 인식을 지닌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퇴임하고, 보수 성향이 강한 총리가 탄생하면 한·일 관계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민당이 이날 실시한 총재 선거 입후보 접수에는 다카이치, 고이즈미를 비롯해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64),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50),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69) 등 다섯 명이 신고를 마쳤다. 모두 작년 총재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다시 나왔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20∼21일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새 총재에 적합한 인물로 다카이치를 꼽은 응답자가 28%로 가장 많았다. 고이즈미가 24%로 뒤를 이었다. 마이니치신문이 같은 날 진행한 조사에서도 다카이치가 1위(25%), 고이즈미가 2위(21%)였다.
그러나 자민당 지지층에선 고이즈미가 앞섰다. 아사히 조사에서 자민당 지지층 41%가 고이즈미를 지지했다. 다카이치는 24%에 그쳤다. 마이니치 조사에서도 자민당 지지층에서는 고이즈미가 1위(40%), 다카이치가 2위(22%)를 기록했다.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보수색이 강한 야당 지지층이 다카이치를 미는 반면, 자민당 지지층은 상대적으로 보수색이 덜한 고이즈미를 지지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작년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가 1차 투표 1위로 결선에 오르고도 당시 이시바 후보에게 패배한 요인이다.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소속 국회의원 295표와 당원·당우 295표(약 91만 표를 295표로 환산해 계산) 등 총 590표를 놓고 경쟁하는 방식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 현재로선 결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결선은 국회의원 295표와 47개 광역자치단체 47표를 놓고 다투는 만큼 국회의원 표심이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국회의원 표심은 아소 다로, 기시다 후미오 등 전직 총리가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소 전 총리가 이끄는 당내 유일한 파벌인 ‘아소파’ 의원과 옛 ‘기시다파’를 이끌었던 기시다 전 총리를 따르는 의원은 각각 40명 안팎으로, 전체 의원의 25∼30%가 두 사람의 영향권에 있다. 두 전직 총리가 ‘킹 메이커’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소·기시다 전 총리는 아직 특정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요미우리신문은 “아소·기시다 전 총리가 결선 투표에서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가 새 총재 선출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며 “각 후보의 정책과 정세를 지켜보면서 최종 대응을 판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장에선 다카이치가 당선되면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주가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후보 중 ‘금융 완화’와 ‘재정 확장’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고이즈미 당선 땐 그 반대다.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정부의 재정 건전화를 지지하는 만큼 엔화 가치는 오르고, 주가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