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부산 벡스코. 아시아 창업 축제 ‘플라이아시아’의 개막을 선포하는 박형준 부산시장 옆으로 로봇이 올라왔다. 지난 7월 세계 최대 로봇 대회 ‘로보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아누비스’다. 아누비스는 이승준 부산대 교수 연구팀이 개발했다. 접시를 깨지 않고 옮길 정도로 정교함을 인정받은 아누비스가 “인공지능(AI) 생태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음성과 함께 팔을 흔들자 수천 명의 관람객이 박수로 화답했다.
아시아 창업 엑스포 ‘플라이아시아(FLY ASIA) 2025’가 이날 개막했다. 올해로 4회째인 이번 행사의 주제는 ‘로컬에서 혁신, 글로벌에서 스케일업’이다. 관람객 등 참가자는 지난해 1만5000명에서 2만 명으로 늘었다. 투자사도 150여 개사에서 180여 개사로 확대됐다. 글로벌 공동 전시 공간 참가국은 6개국에서 14개국으로 증가했다.부산시는 플라이아시아를 부산의 ‘혁신 플랫폼’으로 육성 중이다. 취지에 걸맞게 서원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이대희 한국벤처투자 대표 등 내로라하는 국내외 대형 기관투자가가 참여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글로벌 벤처캐피털(VC) 플러그앤드플레이의 사이드 아미디 회장은 “부산 기업들이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와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제조업의 한계를 AI로 돌파하려는 시도가 행사장 곳곳에서 엿보였다. 부산의 전통산업인 신발과 AI를 결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크리스틴컴퍼니는 전국 신발 공정 데이터를 집약한 플랫폼 ‘신플’을 선보였다. 공장별 특징 등을 입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10여 개 공정을 주문 업체 특성에 맞춰 자동으로 추천해 주는 시스템이다. 최근에는 디자인 개발도 지원해 신발 기획부터 제조까지 걸리는 기간을 크게 단축했다. 부산은 세계적인 신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업자개발생산) 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된 그릿지도 부산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최근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고 플라이아시아에 전시 부스를 차렸다. 이 기업의 사업 모델은 ‘개발자 구독형’이다. 전국 각지에 흩어진 개발자의 역량을 시험하고 이들의 특성과 세부 업무에 따라 온라인에서 ‘팀’을 꾸려 개별 기업에서 진행하는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한다.
부산시는 이런 열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벤처펀드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1조7000억원 규모의 모펀드를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70개의 자펀드를 운용 중이다. 또 ‘미래성장벤처펀드’를 통해 3~4년간 1000억원 이상을 지역 기업에 투자하고, 2030년까지 2조원 규모의 투자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부산은 체계적인 창업 지원 시스템과 풍부한 자금, 공간 그리고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정책까지 두루 갖춘 지역”이라며 “글로벌 해양 허브 도시이자 아시아 창업 중심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최영총/민건태 기자 youngcho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