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상 곳곳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동스쿠터·캠핑용 배터리 등에서 잇따라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배터리 포비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중고거래 시장에는 불안 심리를 반영한 변화가 속속 포착되고 있다. 지난달 인천 검단의 한 맘카페에는 유아용 전동차 충전기 사진과 함께 “사고가 무서워 충전을 못 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댓글에는 “우리 집 충전기도 점검해야겠다”, “과충전만 피하면 괜찮다더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배달 라이더 커뮤니티에도 “전동 오토바이 충전이 두려워 이번 기회에 휘발유 오토바이로 갈아탔다”는 글이 올라왔다.
일상에서 쓰던 배터리를 중고로 급히 처분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실제 서울 서대문구 지역에서는 지난달 마포 아파트 화재 이후 한달 새 배터리 판매 글만 20건 가까이 게시됐고, 전기자전거용 배터리가 헐값에 거래되는 등 ‘배터리 탈출’ 현상이 나타났다.
◈잇따른 폭발…지난 여름 사고 급증해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리튬이온배터리 관련 화재는 총 678건이었다.이 가운데 전동킥보드 화재가 485건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이어 전기자전거(111건), 휴대전화(41건), 전기 오토바이(31건), 전자담배(10건) 순이었다. 개인형 이동장치에 장착된 배터리 화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체 사고의 절반은 공동주택 등 거주 공간 내에서 발생해 인명 피해 위험이 크다. 특히 여름철에는 온도 상승으로 과열 위험이 커지면서 사고가 집중돼 올 여름 석 달 동안만 167건이 발생했다.

사고는 연일 이어졌다. 지난달 2일 서울 마포구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승강장에서 승객이 소지하고 있던 20㎏짜리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에 연기가 피어올라 승객이 대피하고 약 1시간동안 무정차 통과하는 사고가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 관계자들은 배터리를 수조에 담그는 방식으로 20여분 만에 불을 껐다. 지난 8월 17일에는 서울 마포구 아파트에서 전동스쿠터 충전용 배터리 팩이 폭발했고, 19일 경기 동두천에서는 캠핑용 배터리가 터졌다. 20일에는 세종시의 한 대학교 동아리방에서 충전 중이던 리튬배터리가 폭발하는 등 생활 공간을 위협하는 사고가 이어졌다.
◈ 보이지 않는 시한폭탄 ‘과충전·과속충전’
전문가들은 배터리 화재의 가장 큰 원인을 ‘분리막 손상’으로 꼽는다. 배터리 내부에는 전선의 피복처럼 양극과 음극을 구분하는 막이 있다. 이 막이 찢기거나 손상되면 내부 합선이 발생해 불꽃과 함께 폭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폭발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2019년부터 5년간 발생한 배터리 화재 612건 가운데 절반가량(312건)이 과충전 때문이었다. 하지만 충전 중이 아니더라도 충격이 누적되면 내부 분리막이 찢어져 화재로 번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7일 마포 아파트 화재 역시 충전을 마친 직후 배터리를 보관하던 중에 발생했다.
충전 속도를 높이는 ‘과속 충전’도 위험하다. 리튬이온이 급격히 이동하면서 분리막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천의 한 주차장에서는 과속 충전을 마친 전기차 배터리가 충전 중이 아닌 상태에서 갑자기 폭발하기도 했다. 다른 제품의 충전기를 무심코 사용하는 것 역시 사고 가능성을 키운다.
◈ 값싼 중국산·비정품 충전기 피해야
전문가들은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의 경우 분리막 손상 위험이 높다고 말한다.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작년 해외 리콜제품의 22%가 가전·전자·전기 제품이었고 이 가운데 중국산이 63%였다. 지난 2022년 미국은 리튬 이온 배터리 폭발 사례가 6건 발생한 일부 중국 전기 자전거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린 바 있다. 국내에서는 2019년 중국산 전동킥보드가 리콜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2022년 기준 중국산 전기 자전거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80% 수준을 차지하며 국내에 다량 유입되고 있다. 이 중 일부 제품은 원가 절감을 위해 저품질 배터리를 장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전기 자전거·전동 스쿠터 등 개인형 이동장치는 시속 25㎞ 미만의 이륜 이동기구로 분류돼 안전 기준 요건이 까다롭지 않다. 불량품이 장치에 탑재되더라도 적발이 어려운 것이다. 또한 화재 발생으로 장치가 전소될 경우 화재 원인 파악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값싼 중국산 배터리를 지양하고 반드시 정품 배터리와 충전기를 써야 한다”며 “외부 충격이나 변형이 있는 배터리는 즉시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