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이 국내 맥주 업체들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올해 1~8월 몽골은 중국(홍콩), 일본, 미국 등을 제치고 국내 맥주 수출국 1위를 차지했다. 몽골은 한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데다, 20·30대 젊은 층의 소비력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주류업계는 보고 있다.
19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1~8월 국산 맥주의 몽골 수출량은 2만3362t로 집계됐다. 이 기간 전체 맥주 수출량의 31.5%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1만5899t)와 비교해선 47% 급증했다. 지금 추세면 올해 전체 수출량은 3만5000t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몽골이 맥주 수출량 국가별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몽골에 이어 중국(1만6672t), 홍콩(1만5611t), 일본(6678t), 미국(3156t) 등 순이었다. 2020년부터 작년까지는 홍콩이 수출국 1위였다.
현재 몽골에는 국내 주류업계 ‘빅 3’인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가 맥주를 수출 중이다.
몽골 수출 1위 맥주 제품은 오비맥주의 ‘카스’다. 오비맥주는 1999년 몽골에 첫 진출한 이후 현재 카스와 ‘카스 레드’ ‘카스 레몬’ 등을 수출하고 있다. 일반 맥주(약 5도)보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6.9도짜리 카스 레드는 국내에선 찾는 소비자가 드물어 단종됐지만, 고도주 수요가 높은 몽골에선 남성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대(對)몽골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오비맥주의 맥주 수출량은 최근 4년 새 약 66% 증가했다.
롯데칠성도 몽골에서 맥주 ‘크러시’와 ‘클라우드’를 판매 중이다. 올 상반기 롯데칠성의 대몽골 맥주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50% 넘게 늘었다. 몽골에 주력 소주 제품인 ‘참이슬’과 과일 소주를 주로 판매해 온 하이트진로도 작년 말 편의점 CU와 손잡고 ‘켈리’를 새로 선보이며 현지 맥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CU에서 판매 중인 맥주 중 한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로, CU의 몽골 진출(2018년) 초기보다 두 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주류업계는 몽골에서 K드라마 등 한류 문화의 확산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CU, GS25 등 유통업체가 공격적으로 유통망 장악에 나서면서 K맥주 붐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몽골은 인구(350만 명) 자체는 적지만, 35세 이하 젊은 층이 60% 이상이어서 소비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맥주 업체들은 내수 소비 침체와 젊은 층의 음주 취향 변화 등 여파로 맥주 소비가 갈수록 줄고 있어 새로운 시장 개척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인 오비맥주는 지난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