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인텔에 50억달러(약 6조9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면서 간밤 인텔 주가가 급등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인텔 관련주들에도 훈풍이 불었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일 오후 1시20분 기준 HPSP(7.19%)와 파크시스템스(3.23%) 등 선단공정 장비업체 주가가 강세다. 인텔이 파운드리 계약을 확보해 설비투자를 재개할 경우, 글로벌 장비업체는 물론 선단공정 장비사에도 수혜가 돌아갈 수 있단 기대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시각 국내외 주요 반도체 기업에 장비를 공급하는 피에스케이는 전날 대비 5.82% 오른 3만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피에스케이는 인텔의 우수 협력 공급업체로 선정된 적이 있다.
엔비디아가 인텔에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국내 관련주들에 대한 투자심리도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규모 지분 투자와 차세대 칩 공동 개발 소식이 골자다.
인텔에의 투자를 발표한 직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콘퍼런스콜에서 "우리는 인텔 CPU(중앙처리장치)의 매우 큰 고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텔의 립부 탄 CEO를 "오랜 친구"라고 부르며 "이번 협력은 거의 1년간 논의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이번 투자로 인텔 지분 4%가량을 확보하고 공동 칩 개발을 비롯한 기술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두 회사는 인텔의 x86 기반 CPU와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네트워킹 기술을 결합한 데이터센터용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인텔은 또 엔비디아 GPU를 탑재한 PC·노트북용 CPU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이 소식에 간밤 미 나스닥시장에서 인텔 주가는 22.77%(5.67달러) 오른 30.57달러로 장을 끝냈다. 엔비디아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3%대 상승하는 등 반도체 업종 전반이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국내 증시 대장주인 대형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약보합세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대형주들은 과열을 식히는 구간으로 외국인이 차익실현에 나섰다"고 짚었다.
또 증권가 일부는 인텔과 엔비디아 협업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사의 협업 제품이 당장 출시되지 않는 데다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인 인텔파운드리 사용은 협업에서 배제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날 인텔 관련 장비주들이 강세를 보인 것처럼, 인텔의 부활이 국내외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실제로 인텔은 여전히 ASML, 도쿄일렉트론, 시놉시스 등 글로벌 장비·IP 업체들의 실적을 좌우할 만큼 큰 손으로 꼽힌다"며 "이번 엔비디아의 대규모 투자로 '적어도 인텔의 투자가 더 줄지는 않겠다'는 안도감이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