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19일 13:5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올해 들어 11%가 넘는 운용수익률을 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에 이어 3년 연속 사상 최고 성적을 경신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증시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해외주식과 대체투자 부문의 수익률도 회복세를 보이며 성과를 뒷받침했다. 연기금이 국내주식 비중을 확대해 국내 증시 부양에 기여해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목소리에 한층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9월 말 기준 운용수익률이 11%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9.18%였던 것과 비교하면 2%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최고치인 15%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올해 역시 두 자릿수 수익률에 빠르게 진입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 통계는 오는 11월 말 발표될 예정이다.
국내주식 부문이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9월 말 기준 수익률은 30%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같은 시기 0.46%에 불과했던 수익률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가파르다. 코스피 지수는 이달 들어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지난 18일에는 전고점을 또 넘어섰다. 반도체와 2차전지, 플랫폼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불장’이 국민연금 실적도 끌어올린 셈이다.
지난해 사상 최고 수익률을 이끈 해외주식도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익률이 1% 수준에 머물렀으나, 하반기 들어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대형 기술주와 소비재 기업의 실적 호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 해소 등이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에는 환율 효과가 7.94%포인트나 기여했지만,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올해는 순수한 투자성과에 가깝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체투자 부문도 눈에 띄는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상반기에는 -2.86%로 부진했으나, 하반기 들어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실과 가치 하락으로 손실 위험이 컸던 미국 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홍콩 소재 핵심 오피스 자산이 회복세를 보이며 2조원 이상의 손실을 피했다. 국민연금은 1년 반 전부터 부동산 운용 인력을 30% 이상 확충해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인프라·사모도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이어가는 가운데 최근 미국이 금리 인하를 재개하면서 밸류에이션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민연금 사정을 잘 아는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을 단기적인 증시 부양책으로 활용하려는 정치적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관련 논쟁은 더 뜨거워질 것"이라며 "다만 기금운용본부는 자산 배분 원칙을 바탕으로 장기적 운용 성과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기 증시 호황에 기댄 성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굴리는 금융부문 기금은 지난 6월 말 기준 1267조6000억원에 달한다. 해외주식이 446조5000억원(35.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어 국내채권(239조2000억원, 25.9%) 대체투자(207조3000억원, 16.3%) 국내주식(189조1000억원, 14.9%) 해외채권(89조7000억원, 7.1%) 등 순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중기자산배분안을 통해 국내 주식 비중을 2029년 말까지 매년 0.5%포인트 줄이는 대신 해외주식 비중을 크게 확대하기로 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