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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 대만 등 글로벌 주요 증시가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국발 관세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산업이 주도하는 기술주 열풍과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개선 기대가 주식시장으로 돈을 끌어들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인하 기대에 위험 자산 선호”
16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오전 한때 45,055까지 올라 사상 처음으로 45,000선을 넘어섰다. 지수는 0.3% 상승한 44,902.27로 마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주요 지수가 강세로 마감한 것이 아시아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이날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는 0.47%, 나스닥종합지수는 0.94% 상승하며 나란히 최고가를 경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 협상 진전, 주요국의 금리 인하 기대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투자자들은 17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에선 미국이 연 4.0~4.5%인 기준금리를 최소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월, 12월 인하 확률도 각각 70% 이상으로 전망했다.
과거에도 경기 둔화 방어를 위한 금리 인하가 이뤄진 후 미국 증시는 대체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캐슬린 브룩스 XTB 리서치디렉터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비둘기파적 입장을 강화하고 향후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할 것이라는 기대가 강세장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주 캐나다·영국·일본 중앙은행 역시 통화정책 회의를 연다. 일본에서도 차기 총리 유력 후보로 꼽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아베노믹스’를 계승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AI가 이끄는 기술주 상승세
각국 증시의 상승세는 공통적으로 기술주가 이끌고 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올 들어 15.73% 올라 S&P500지수(7.85%)보다 2배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엔비디아(32%)를 비롯해 오라클(81%), 브로드컴(57%), 구글(32%), 마이크로소프트(22%) 등 대형 기술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올해 전 세계 주요국 중 상승률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도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가 시장을 주도한다. 일본 증시에서도 반도체 제조장비업체 어드반테스가 올 들어 53% 급등했다. AI산업의 폭발적 성장이 기술주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일각에선 기술주 쏠림 현상이 2000년대 초 ‘닷컴버블’을 연상하게 한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닷컴버블 초기인 1999년 말부터 2000년 3월까지 S&P500의 가치주 지수와 성장주 지수의 수익률 차이는 2배 넘게 벌어졌다. S&P500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도 23배 수준으로 2000년 이후 평균치(16.8배)를 웃돌았다.
하지만 각국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AI산업 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에 기술주 강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닷컴버블이 붕괴한 이후에도 인터넷이라는 혁신적 인프라가 남았듯, AI 버블이 터지더라도 그 과정에서 이뤄진 막대한 투자는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주요 기술주가 예상치를 뛰어넘은 실적을 내놓고 있는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월가에선 오는 23일로 예정된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실적 발표가 기술주 상승에 또 하나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마이크론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을 것”이라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모두 공급 부족 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목표주가는 155달러에서 175달러로 올렸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