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공공기관·유관기관 최고경영자(CEO) 중 내부 혹은 업계 출신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퇴직 관료와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 일곱 곳의 CEO 중 내부 출신은 김성태 기업은행장과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 등 두 명(28.6%)에 불과하다.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과 정정훈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은 각각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과 세제실장을 지냈다.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금융위, 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장은 금융연구원 출신이다. 김경환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와 국토교통부 1차관 등을 지냈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전체 공공기관장 평균보다 1.5배 이상 높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31개 공공기관 CEO 평균 연봉은 1억9116만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 CEO 평균 연봉은 3억3435만원이다. 기업은행장 연봉이 약 4억1000만원으로 가장 높다.
상대적으로 고연봉이다 보니 정치권에서 눈독을 들이는 경우도 많다. 정치인 출신인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보험 관련 이력이 전혀 없다. 증권 정보기술(IT) 전문기관인 코스콤 사장엔 윤창현 전 의원이 왔다. 금융 유관기관 CEO 상당수도 퇴직 관료가 차지하고 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금융위 부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을 지내다 거래소로 자리를 옮겼다. 김정각 한국증권금융 사장은 금융위 상임위원 출신이다.
현직 관료가 퇴직한 OB(올드보이)의 자리를 챙겨주고, OB가 퇴직하는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문화가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관행이 조직 경쟁력을 해칠 뿐 아니라 금융 공공기관 관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퇴임 후 자신들의 자리로 인식하는데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