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쌀값 안정을 위해 시행하는 ‘쌀 대여’ 방식의 시장 개입이 당초 의도한 가격 안정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빌린 쌀을 얼마나 갚아야 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고 반환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유통업계가 정부 보유 쌀 물량을 빌리는 데 주저하고 있어서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수급 안정을 위해 정부가 보유한 벼 2만5000t을 산지 유통업체와 임도정업체(벼를 쌀로 가공하는 업체)에 대여 형식으로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정부 양곡을 빌린 업체는 올해 수확한 쌀로 내년 3월까지 갚아야 한다. 반납할 물량은 올 8월과 수확기 산지 쌀값, 도정수율을 감안해 이번에 대여한 물량과 동일한 가치로 결정된다.
정부는 지난달에도 쌀 3만t을 대여 형식으로 공급했다. 정부가 재차 쌀 대여에 나선 것은 여전히 쌀값이 잡히지 않아서다.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당 22만3240원으로 2021년 10월 5일(22만256원) 후 처음 22만원을 넘었다.
과거 정부는 쌀값이 오르면 보유한 쌀을 경매에 부쳐 유통업체에 팔았다. 이런 경우 풍년이 들면 되레 쌀값이 폭락할 위험이 크다. 올해 새로 도입된 쌀 대여는 나중에 물량을 다시 흡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같은 기상 상황이 이어지면 대풍년이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는 올해 처음 시도되는 쌀 대여 방식의 대책에 조심스럽게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량이 아니라 가치 기준으로 쌀을 갚을 경우 비용 부담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예를 들어 올해 수확기 쌀값이 내려가면 빌린 물량보다 더 많은 쌀을 갚아야 한다. 농식품부는 쌀값이 내리면 물량이 늘어 총금액 기준 비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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