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떼어내는 데 따른 내부 반발이 격해지는 모양새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사상 처음으로 총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11일 금감원 노조는 윤대완 노조 부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총파업 등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정보섭 노조위원장 직무대행은 “아직 총파업 여부를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노조가 검토하는 카드 중 하나”라며 “비대위에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12일 예정된 이찬진 금감원장과의 면담 결과에 따라 파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금소원 분리 및 공공기관화 등이 담긴 정부 조직개편안 발표 이후 내부 메일을 통해 “안타깝다”는 뜻을 밝혔으나, 아직 직원 및 노조와 공식적으로 소통하지는 않았다. 금감원이 총파업에 나서게 되면 1999년 설립 후 26년 만에 벌이는 첫 파업이다.
금감원 직원들은 공공기관이 되면 예산 및 인사 등과 관련해 정부 관리를 받게 돼 업무 독립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로 조직 개편에 반대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 업무를 전담하는 금소원을 분리·신설하는 것도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되는 금융위원회가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와 분쟁조정위원회 등 일부 기능을 가져갈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반발은 더 거세지고 있다. 제재심과 분조위 기능까지 넘어가면 금감원 권한이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금융위와 금감원 조직 간 갈등으로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 직원들은 지난 9일부터 서울 여의도동 금감원 로비에서 조직 개편에 반대하는 출근길 집회를 열고 있다. 주최 측 추산 직원 700여 명이 아침마다 검은 옷을 입고 집회에 나서고 있다. 로비에는 “금융소비자 보호가 운명을 다했다”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과 기수별 근조기 등이 걸렸다. 직원 이름과 직함이 적힌 명패 수백 개를 1층 바닥에 줄지어 놓고 항의하기도 했다. 집회 도중 외부 일정을 위해 밖으로 나가는 이 원장과 마주치자 직원들은 “금소처 분리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