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눈티 매너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선 먼저 용어를 알아야 한다. 애프터눈티 메뉴판엔 ‘하이 티’ ‘로열 티’ ‘크림 티’ 등 여러 가지 용어가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애프터눈티는 오후 3~5시 귀족들이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모임을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열었다. 로열 티는 여기에 샴페인 등 알코올이 추가된 것을 뜻한다.
하이 티는 이름 때문에 고급스러운 메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노동자와 서민 계층이 주로 즐기던 티타임을 의미한다. 일을 끝내고 난 뒤인 오후 6시 전후에 저녁 겸 즐겼다. 샌드위치와 빵, 고기 등 든든한 메뉴가 함께 나온다. 크림 티는 다른 메뉴 없이 홍차와 스콘, 잼, 클로티드 크림 등만으로 간단하게 차린다.
애프터눈티의 매너는 사소한 디테일에서 시작된다. 홍차가 담긴 찻주전자와 찻잔이 나오면 주전자를 들어 차를 따라낸다. 우유는 차를 먼저 따른 후 담는다. 티스푼으로 차를 저을 땐 시계방향이 아니라 12시와 6시 위아래 방향으로 저어야 한다. 찻물이 튀거나 소리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다 저은 후엔 찻잔 옆 받침에 티스푼을 두고,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찻잔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마셔보자. 이때 찻잔 받침은 테이블에 그대로 둬야 한다. 디저트를 먹는 순서도 정해져 있다. 일반적으로 스콘이나 샌드위치를 먹은 뒤 달달한 케이크 순서로 먹는 게 원칙이다. 3층짜리 트레이가 나온다면 가장 아래층에서부터 위층으로 차례로 먹으면 된다. 스콘을 먹을 땐 포크와 나이프가 아니라 손으로 반을 가른다. 취향에 맞게 클로티드 크림과 잼을 곁들인다.
영국에선 애프터눈티 매너를 매우 중시했다. ‘스콘에 클로티드 크림을 먼저 발라야 하느냐, 아니면 잼을 먼저 발라야 하느냐’를 두고 100년간 역사적 논쟁을 벌일 정도였다. 클로티드 크림의 주 생산지인 영국 남서부 데번 지방에선 크림을 먼저 바른 후 잼을 그 안에 얹었다. 따듯한 스콘 안에 크림이 먼저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다. 반면 또 다른 생산지인 콘월 지방 사람들은 잼 위에 크림을 발랐다. 그래야 크림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영국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에 우리는 취향에 따라 발라 먹으면 된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