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11일 16: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이익미실현 특례(테슬라 요건) 상장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때 특례 상장 제도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활용이 위축됐지만, 최근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들의 상장 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채비, 세미파이브, 크몽 등 3곳이 이익미실현 특례로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 심사를 받고 있다.
이익미실현 특례 상장 제도는 현재는 적자를 내고 있지만 성장 잠재력이 뛰어난 기업에 상장 심사 문턱을 낮춰주는 제도다.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가총액, 자기자본 및 매출 기준을 넘기면 대상이 된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이익을 내지 못한 상태에서 높은 미래가치로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점을 모범 사례로 삼아 '테슬라 요건'이라고도 불린다.
기술 특례 상장 제도는 외부 평가기관의 기술성 평가를 거쳐야 하지만 테슬라 요건은 거래소의 내부 심사만 통과하면 된다.
적자 기업의 상장 통로인 만큼 주관사가 의무적으로 투자자 안정 장치를 마련해야한다. 주관사는 상장 이후 일정 기간까지 일반투자자 주식을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매입해야 하는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을 3개월간 짊어진다. 이 기간에는 손실률이 10% 이내로 제한되는 셈이다.
지난 2016년 12월 제도가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총 22개 기업이 테슬라 요건을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
다만 이 제도는 2023년 ‘파두 사태’ 이후 다소 위축됐다. 특례 제도로 상장한 파두가 매출 부풀리기 논란에 휘말리면서 투자자 불신이 급격히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익미실현 특례를 통한 상장사는 2021~2022년 연간 5곳에서 2023년 2곳, 2024년 3곳으로 줄었다.
지난해 이익미실현 특례를 신청한 곳 가운데 닷밀·노머스·에스켐 등만 상장에 성공했다. LS이링크, 재영텍, 이안 등 절반 가량이 거래소 심사를 넘지 못했다.
올해 상장한 아이티켐 역시 5개월간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 상장했다. 거래소가 상장 심사 기간인 45영업일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심사 기간이 길었다.
다만 최근 시장에서는 거래소의 심사 기조가 다소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채비와 세미파이브 등 연간 매출이 1000억원 수준인 대형사가 이익미실현 특례를 통한 코스닥 시장 상장에 나서면서다. 두 회사 모두 1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넘보는 곳들이다.
올해 이익미실현 특례로 상장한 엠디바이스와 아이티켐의 주가도 상장 이후 공모가를 상회하고 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특례 제도 전반에 대한 투자자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에게 상장 기회를 준다는 이익미실현 제도가 ‘제 기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익미실현 특례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적자 기업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기술특례와 비교되지만, 풋백옵션으로 투자자 불안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IB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했다는 사실이 성장성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고 있다”며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들의 상장이 늘어나면 투자자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