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민족이든 암흑의 시기가 있고 상처가 있습니다. 제가 부러운 건 한국에서는 이런 상처를 작가들이 직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에서는 어떤 상처에 대해서는 작가가 직면하기 어렵습니다."
중국 대표 소설가 옌렌커는 11일 서울 남대문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문학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옌렌커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사서> 등 중국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작품을 써온 소설가로, 많은 작품이 중국에서 금서로 지정돼 있다. 그는 "중국 문학은 약간의 구속을 받는다"며 "중국에서 작품을 창작한다는 건 굉장히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국의 전승절 행사와 군사굴기 움직임에 대해서는 "그날 중요한 글을 써야 해서 행사를 보지 않았고, 제게 소설을 쓰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저 개인적으로는 국민들의 생활, 일자리나 주변의 취직 소식에 더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옌렌커는 한국문학번역원이 개최하는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 첫날인 오는 12일 <순이 삼촌> 등 제주 4·3 사건을 소설로 조망해온 소설가 현기영과 대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두 작가가 평생에 걸쳐 답하고자 했던 질문, '인간은 20세기의 비극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를 탐색하는 자리다.

14회를 맞는 이번 서울국제작가축제는 8개국에서 초청된 해외 작가 10명과 한국 작가 19명이 참여한다. 올해 주제인 '보 이 는 것 보 다 ( )'는 '눈에 보이는 것 너머를 상상한다' 또는 '눈 앞의 현실을 직시한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옌렌커는 "만약 제게 괄호를 채우라고 한다면 '인류의 진실, 문학의 진실'을 넣겠다"고 했다. 그는 "작가의 경험 또는 인류의 경험은 매우 제한적이지만 작가가 써내는 진실은 무한하다"며 "문학은 유한한 진실을 통해 무한한 진실을 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옌렌커는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유력 후보로 거론되곤 한다. 다음달로 다가온 수상자 발표일에 대해 그는 "누가 수상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에 별로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한강 작가 같은 경우 전혀 언급이 되지 않다가 상을 받았고, 오히려 언급됐던 작가들은 수상이 불발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다만 "아시아 작가들 중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기를 항상 기대한다"며 "한강 작가가 아시아 문학의 명예를 높여줬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