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제 방점 찍은 李 대통령
본지가 이 대통령이 취임한 6월 4일부터 지난 9일까지 열린 13번의 국무회의와 9번의 수석·보좌관회의 첫머리발언을 집계한 결과를 보면 국민(97회), 경제(45회), 정부(40회)가 가장 많이 언급된 ‘톱3’ 키워드다. 안전(38회), 국가(35회), 대한민국(32회), 사람(32회), 피해(27회) 등이 뒤를 이었다. 각 부처 장관들이 참여하는 국무회의, 대통령실 참모들이 논의하는 수석·보좌관회의는 국가 정책을 좌우하는 논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이 대표성을 띠는 장소다.이 대통령은 기업(25회), 소비(24회), 성장(24회), 물가(19회), 산업(18회), 민생(18회), 회복(17회), 시장(15회), 투자(14회), 예산(14회), 재정(13회) 등 경제와 관련이 높은 단어를 많이 썼다. 국민, 정부, 국가 등 대통령이 당연히 많이 쓰는 표현을 제외하면 경제 관련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한 셈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 내용도 경제 친화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대통령은 “기업이 살아야 나라 경제가 산다”(제5회 수석·보좌관회의),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은 기업의 혁신과 투자에서 비롯된다”(제6회 수석·보좌관회의) 등의 발언도 했다. 과거 성장보다 분배에 집중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정작 대통령이 된 이후엔 달라졌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봐도 경제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가 읽힌다는 분석이 많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 비상경제점검TF(현 성장전략TF)를 설치했고, 경제 6단체장 및 재계 총수와 자주 만나고 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경제 관련 일정을 더 늘리고 있다. 국무회의에서 국가 성장 전략과 민생 회복 방안을 토의했고, K제조업 대전환을 수석·보좌관회의의 주제로 삼았다. 또 바이오 혁신 토론회, 국가AI전략위원회에 이어 10일엔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를 주재했다.
노동과 연관된 단어로는 안전(38회), 노동(22회) 등이 있었다. 노동을 언급할 땐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제39회 국무회의) 등 노동계의 협력을 당부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관심 사안인 산업재해와 관련해선 사망(25회), 산업재해(18회), 생명(12회) 등의 키워드가 상위권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5일 국무회의에서 산업재해 관련 대책에 대해 처음 언급했고, 이후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이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갈수록 높아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경제 성장을 1순위 목표로 꼽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면모를 보여주는 발언”이라며 “이 대통령은 평소 우리 경제가 위기에 봉착했다고 생각했기에 나온 키워드”라고 분석했다. 다만 경제계 일각에선 상법 개정안, 노동조합법 2·3조(노란봉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이 대통령의 의지가 희석된 것 같다는 우려의 시선을 내놓기도 했다.
◇ “공직자, 일하는 방식 바꾸라” 주문
이 대통령 발언의 특징 중 하나는 어떤 정책을 지시할 때 신속(26회), 최대한(14회), 속도(8회), 빨리(4회), 빠르게(1회) 등을 곁들인다는 점이다.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제26회 국무회의), “필요한 조치들을 최대한 찾아내 신속하게 조치해주기 바란다”(제1회 수석·보좌관회의) 등 빠르고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라는 주문이 빈번했다. 행정엔 속도가 중요하다는 이 대통령의 지론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공직사회를 바꾸고자 ‘일하는 태도’를 주문한 것도 전임 대통령과 다른 이 대통령의 말 습관이다. “행정 공급자 중심의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제26회 국무회의), “공무원의 행정편의 위주로 생각하면 안 된다”(제33회 국무회의) 등 발언을 꾸준히 내뱉으며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기도 했다.
김형규/한재영 기자 k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