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병역 기피 수준을 넘어 전문 브로커가 병역 면탈을 돕는 등 지능화한 수법의 병역 범죄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비대면 SNS의 발달로 병역 면탈을 조장하는 정보에 접근하기 쉬워진 데다 청년층 사이에서 병역을 기피하는 심리가 여전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병역 자원 감소에도 병역범죄 증가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병역면탈 등 병역범죄는 2020년 3845건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해 1만223건을 기록했다. 저출생 추세로 병역 자원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병역범죄는 오히려 5년간 165%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현역병 입영자는 23만6146명에서 18만5866명으로 21.3% 줄었다.
병역 범죄가 늘고 있는 배경엔 온라인을 기반으로 활개 치는 브로커들이 있다. 이들은 이른바 ‘면제 코디네이팅’을 통해 체중을 조절하거나 병력을 조작해 신체장애 등급을 받게 하는 등 개인 맞춤형으로 병역 면탈을 조장한다. 병역 관련 이의 신청이나 행정심판 청구를 돕는 국방행정사 중 일부가 불법적인 병역 면탈에 가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텔레그램에서 자신을 ‘군 행정사’라고 소개한 한 남성은 한국경제신문의 면제 판정 컨설팅 문의에 “면제 판정을 위한 시나리오는 물론 모든 서류 작업을 도와준다”며 “정신질환이나 체중 조절 등 개인마다 전략이 다르고 선입금 50%, 성공 시 잔금 50%를 치르면 된다”고 답했다. 지난해 5월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허위 뇌전증 진단을 받게 해 병역 등급을 낮추거나 면제를 도운 브로커 구모씨(48)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자신을 ‘병역의 신’이라고 칭한 구씨는 군 전문 행정사 출신으로 2020년 2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의뢰인 40여 명의 병역 면탈을 돕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처럼 병역범죄가 지능화·고도화하는 것은 SNS에서 병역 면탈을 조장하는 정보가 확산하는 탓이다. 병무청은 지난해 5월부터 ‘병역 면탈 조장 정보 자동 검색 프로그램’을 도입해 올해 8월까지 2만6000여 건의 유해 정보를 삭제했다.
◇병역 기피 심리도 여전
월급 인상 등 처우가 일부 개선됐음에도 병역 기피 심리가 여전한 점도 관련 범죄 증가에 한몫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학생 최모씨(23)는 “채 상병 사건이나 육군 훈련병이 얼차려를 받다가 사망한 사건을 보면 군 생활이 단순히 의무를 넘어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 같아 불안하다”며 “여자 동기들보다 사회에 늦게 나오면서 생기는 상대적 박탈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병무청은 병역범죄가 증가하자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질병을 위장한 병역 면탈 행위를 막기 위해 이달 19일부터는 ‘병적 별도관리대상자 질병 등 추적관리 제도’가 시행된다. 이는 병역 처분 이후에도 질병의 치료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최대 3년간 진료 기록을 추적·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병무청 관계자는 “병역 면탈은 대다수 국민에게 박탈감과 불신을 안겨주는 중대한 범죄”라며 “작년 1월 사이버 병역 면탈 범죄 단속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했고 병무청 특별사법경찰 활동을 강화하는 등 엄정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