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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내고 왔어요" 직장인들 단체로 줄섰다…무슨 일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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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내고 왔어요" 직장인들 단체로 줄섰다…무슨 일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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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꺅", "너무 무서워", "살려줘"

    평범한 도심 한복판 건물 안에서 갑자기 터져 나오는 비명.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매시 정각이 되면 약 20분 동안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비명의 주인공은 바로 서울 동작구 동작구청 2층에 설치된 초대형 미끄럼틀 'D-Lide'(디라이트·가칭) 이용객들이다. 짧지만 강렬한 스릴에 환호성을 지르는 이들의 모습은 놀이공원을 방불케 한다. 행정기관 청사가 주민 체험형 놀이터로 변신한 덕분에 동작구청은 이제 타지역에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서 온 이강화(47) 씨는 달리기 동호회 친구 4명과 함께 직장 휴가를 내고 구청을 찾았다. 그는 "친구가 기사 보고 이런 게 있다고 해서 수서, 강남 등 각자 집에서 모여서 만나자 약속을 잡고 왔다"며 "다들 직장이 있는데도 미끄럼틀 타기 위해 휴가를 냈다. 너무 기대된다"고 말했다.

    구청에 개인 업무를 처리하러 왔다가 미끄럼틀을 타게 된 강모 씨(45)는 "아내가 구청에 가는 김에 미끄럼틀이 있다고 해서 한번 타보라고 권유했다"며 "초등학생, 유치원생 아이 두 명이 있는데 직접 타보고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고 한다. 생각보다 크고 높아서 놀랐다. 기대된다"고 전했다.


    점심시간을 노려 구청 옆 교육지원청 직원 10여 명도 단체로 줄을 섰다. 홍모 씨(37)는 "같이 일하는 직원이 미끄럼틀 영상을 보여줘서 재밌을 것 같아 왔다"며 "구청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게 정말 새롭다. 종종 타러 올 것 같다"고 했다.
    ◇평일 300명·주말 500명…입소문 전에도 북적

    아직 본격적으로 입소문이 나지 않았는데도 평일 하루 평균 300명, 주말에는 500명 이상이 이용한다.

    오후 2~3시 이전에는 직장인과 성인들이 많고, 이후에는 초·중·고 학생 수십 명이 몰려드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탑승 전 관리자는 슬라이딩 패드를 사용하는 법과 마찰로 인한 부상을 막기 위해 팔 보호대를 착용하는 방법을 안내해 안전사고를 예방한다.


    중학생 김도윤 군(14)은 "인스타 릴스를 보고 알게 됐다. 오픈 이후 학교 끝나면 거의 매일 오는데 어제도 4번 탔다"며 "속도감이 장난 아니고 스릴이 놀이공원급이다"라고 신나게 말했다.

    류영민 군(14)도 "처음엔 무서운 줄 알았는데 한번 타니까 계속 타고 싶다"며 "집이 가까워서 앞으로도 자주 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어른들도 아이 못지않게 즐긴다. 주부 이현주(41) 씨는 "가사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속도가 빨라서 아이는 무서워했는데 저는 너무 재밌어서 한 번 더 타고 싶어질 정도"라고 활짝 웃었다.

    프리랜서 이정현(47)씨도 "혼자 오면 민망할까 싶어 친구랑 같이 왔는데 또래가 많아 위안이 됐다. 진짜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말했다.


    타지역 맘카페에서도 이 미끄럼틀에 관심을 보인다. 서울 구로구의 한 맘카페에는 "장승배기역 앞 동작구청 신청사 로비에 대형 미끄럼틀이 생겼다는데, 예약 없이 줄 서서 탈 수 있대요. 누가 먼저 가보실래요? 가게 되면 후기 남겨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기자도 직접 체험해봤다. 약 10분을 기다린 뒤 슬라이딩 패드와 청 재질의 팔 보호대를 착용하고 출발선에 섰다. 직원이 "출발합니다"라고 신호를 외치자 몸이 순식간에 미끄러졌다. 단 7초 만에 지하 1층에 도착했지만, "절대 소리 안 지르겠다"던 다짐은 이내 무너졌다. 놀이기구에 익숙한 편인데도 아찔한 스릴이 느껴졌다.
    ◇정글짐까지…청사 안이 작은 놀이터로 변신

    현재 구청에는 두 개의 미끄럼틀이 있다. 1호기는 길이 35m로 키 120cm 이상, 7세 이상이 이용할 수 있고, 2호기는 19m로 키 110cm 이상이면 된다. 성인은 몸무게 100kg 이하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운영은 매시 정각 20분씩, 2층에서 출발해 지하 1층 중앙홀로 내려오는 구조다.

    동작구는 신청사 개청 45주년을 맞아 미끄럼틀을 설치했다. 지난 5일 개청식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주민 400여 명이 참석해 플래시몹, 기념식수, 테이프 커팅에 이어 미끄럼틀이 첫선을 보였다.


    미끄럼틀 중앙 공간에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글짐도 설치돼 있어 아이들이 오가며 즐겼다. 단순한 조형물을 넘어, 구청을 찾은 주민들이 체험할 수 있는 작은 놀이 공간이 된 셈이다.

    운영에는 총 두 명의 관리자가 투입된다. 지상 2층에서 탑승객을 점검하고 출발을 도와주는 직원이 있고, 지하 1층에서는 도착한 이용객을 안전하게 수습하는 직원이 대기한다. 도착이 확인되면 무전으로 출발선에 알리는 방식으로 안전 관리가 이뤄지고 있었다.

    비슷한 시설은 서울 강서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스24 강서NC점 서점에는 키 120cm 이상, 7세 이상이면 누구나 탈 수 있는 미끄럼틀이 있다.

    다만 오후 3~4시 단 1시간만 운영되며, 서점 특성상 탑승 중 웃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은 금지다. 이용객들은 "소리 지를 뻔했지만, 간신히 참았다", "서점에 미끄럼틀이 있는 게 정말 이색적이다", "자녀가 있다면 주말에 꼭 가보시길 바란다"고 후기를 남겼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구청에 미끄럼틀이 있는 건 국내 최초일 것"이라며 "신청사는 관상복합청사로 상가도 입점해 있는데, 미끄럼틀을 설치해 직원뿐 아니라 지역 주민도 즐기며 방문하도록 했다. 함께 어울리고 상생하는 공간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운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현재는 매시 정각 20분만 개방한다. 관리자분들도 교대로 쉬셔야 하는데, 오히려 이 덕분에 줄 서서 타는 재미가 있다는 반응이 많다"며 "이용객이 늘어나면 운영 시간을 더 늘리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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