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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가치 평가' 외면하는 대체투자…제2의 홈플러스 우려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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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가치 평가' 외면하는 대체투자…제2의 홈플러스 우려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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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09월 10일 10:3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대체투자 자산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여전히 공정가치평가 기준을 적용하지 않아 취득원가 기준으로 관리되거나 평가 자체가 아예 누락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일한 자산을 두고도 기관별 장부가치가 천차만별이어서 시장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불투명한 관행이 누적되면서 홈플러스 법정관리 사태 같은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공무원연금공단은 내부 규정에 대체투자자산에 대한 공정가치평가를 의무화하고 있다. 운용사가 제공한 대체투자 자산의 공정가액을 검증해 매년 회계 결산에 반영하며, 손실이 발생할 경우 곧바로 평가손실을 반영한다. 주식·채권처럼 시장 가격이 존재하지 않는 대체투자 자산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수익률 왜곡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다. 국민 세금으로 손실을 메워야 하는 공적기금의 특성상 엄격한 평가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3개 연기금을 제외한 대부분 기관투자자는 자체적으로 예외 규정을 만들어 아예 평가를 생략하거나 외부 평가기관을 통해 일부 자산에 대해서만 공정가치평가를 진행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한국교직원공제회 등 9개 주요 공제회의 대체투자 자산 1918건 가운데 공정가치로 평가된 자산은 1256건(65.5%)에 불과했다. 나머지 662건은 여전히 취득원가 기준으로 관리되거나 평가 자체가 누락된 것으로 파악됐다.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사가 기관투자자에게 제출하는 순자산가치(NAV)에 대한 검증도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집합투자재산을 평가할 때 시가가 있으면 시가로, 신뢰할 만한 시가가 없으면 공정가액으로 평가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공정가치 평가 의무가 없어, 운용사들이 취득원가로 평가하는 것이 허용된다. 이 경우 공정가치와 취득원가 차액인 평가손익이 반영되지 않아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장부상 수익률이 왜곡될 수 있다. 반대로 일부 운용사가 투자기업 지분가치를 임의로 부풀려 공정가치를 책정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평가 기준이 제각각이다 보니 시장 왜곡도 커진다. 예컨대 공정가치를 반영한 기관과 취득원가 기준을 유지한 기관은 동일 자산에 공동 투자했음에도 재무제표에 반영된 수익률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는 운용사 선정이나 후속 투자 심의 과정에서 왜곡된 기록을 남겨 역선택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투자 시장의 건전성을 위해 모든 기관이 보다 엄격한 공정가치평가 기준을 따르도록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법정관리 사태도 이러한 구조적 허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위험 신호가 축적됐음에도 시장 참여자들이 이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했고, 결국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결국 개별 자산의 공정가치 평가가 부실했던 것이 문제의 뿌리라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대체투자 비중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투명한 평가 기준 부재는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수년 전부터 공정가치평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제재 수단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크다. 의무 규정도 아니어서 기관들이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펀드당 수십~수백개 자산에 대해 일일이 평가를 실시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불만도 나온다. 그러나 평가·검증 비용을 이유로 불투명성을 방치할 경우 장기적으로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공정가치 평가 의무화와 외부 검증 제도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외 자산에 일정 금액 이상 투자하는 경우 외부 회계법인 검증을 의무화하거나, 기관별 평가 결과를 금융당국에 정기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자의적 평가를 막으려면 최소한의 표준화된 가이드라인과 강제력이 있어야 한다”며 “감독 당국이 책임 있게 제도를 보완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홈플러스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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