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가 있어도 사실상 ‘시간 벌기’에 불과한 교모세포종(GBM) 치료제 개발을 위해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텍들이 새로운 모달리티 및 병용요법으로 접근법을 다각화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머크(MSD), 로슈 등이 임상개발을 이어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네오이뮨텍과 에임드바이오, 다원메닥스 등이 난공불락의 암에 도전장을 던졌다.
교모세포종의 특성과 미충족 수요
교모세포종은 원발성 뇌종양 중 가장 공격적이고 예후가 불량한 질환이다. 환자는 수술, 방사선, 테모졸로마이드(TMZ) 기반 화학요법 등 표준치료를 거치더라도 대부분 수개월 내 재발한다. 재발 환자의 중앙 생존기간은 6~8개월, 5년 생존율은 10% 미만이다. 재발성 환자에서 자주 쓰이는 CCNU(제품명 로무스틴)은 중앙 생존기간이 5.6개월, 베바시주맙(아바스틴)은 9개월 전후에 그친다. 레고라페닙이나 전기장 치료(TTFields)도 시도되고 있으나 획기적인 개선을 보여주지는 못했다.이처럼 완치가 어려운 이유로는 △강력한 뇌혈관장벽(BBB) △이질적이고 침윤적인 종양 특성 △종양 미세환경의 면역억제 기전 때문이 꼽힌다. 환자 수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신약 개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FDA나 EMA에서 교모세포종 적응증으로 승인받은 면역관문억제제는 아직 없다.
병용요법 확대 중인 글로벌 제약사
글로벌 빅파마들은 병용 요법을 앞세워 돌파구를 모색 중이나 뾰족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은 니볼루맙(제품명 옵디보)과 이필리무맙(여보이) 병용으로 다수의 2상 임상을 진행했다. 니볼루맙 단독요법이 주요 연구에서는 반응률이 10% 내외에 그쳤다. 일부 환자에서 장기 생존 사례가 나오긴 했으나 유효성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머크(MSD)는 펨브롤리주맙(키트루다)을 방사선, IL-7 제제, 항암백신 등과 결합하는 임상을 다수 등록했다. 2상 연구 결과, 단독투여 대비 병용 시 일부 환자군에서 무진행생존기간(PFS)이 개선되는 경향이 관찰됐다.
로슈는 아테졸리주맙(티쎈트릭)과 항암백신을 결합한 초기 임상에서 안전성을 확인했고, 후속 임상을 준비 중이다. 이외에도 해외 바이오텍인 노스웨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는 자가 종양 용해물 기반 수지상세포 백신 ‘DCVax-L’의 임상 3상에서 생존기간 연장 신호를 포착했다. 이뮤니티바이오는 인터루킨-15(IL-15) 작용제 ‘ANKTIVA’를 다중 병용전략에 활용하며 교모세포종에 적용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회사 / 기관 주요 후보물질 / 조합 기전·특징 임상 단계 / 현황 비고 Bristol Myers Squibb (BMS) Nivolumab (PD-1) + Ipilimumab (CTLA-4) 이중 면역관문억제 조합 다수 임상 2상 (재발 GBM) 반응률 제한적이지만 글로벌 빅파마 대표 조합 Merck (MSD) Pembrolizumab (Keytruda) 단독 및 병용 PD-1 억제제 임상 2상 다수 백신, IL-7, 방사선 병용 시도. 국내 NT-I7과도 병용 Roche / Genentech Atezolizumab (Tecentriq) 병용 PD-L1 억제 초기 임상 연구 항암백신·방사선과 조합 Celldex (과거) Rindopepimut (EGFRvIII 백신) + ICI EGFRvIII 변이 백신 + ICI 연구자주도 임상 일부 단독 개발은 중단, 병용 연구 유지 ImmunityBio ANKTIVA® IL-15 작용제 Pilot Study (임상 1상) 항암제 없는 다중 모달리티 병용요법 Northwest Biotherapeutics DCVax-L 자가 종양 용해물 로딩 수지상세포 백신 임상 3상 면역 시스템 훈련을 통한 종양 특이적 반응 유도 AbbVie Depatux-M 항체약물접합체 (ADC) 임상시험 중단 일부 생존 개선 시그널 있었으나 개발 중단
(표1) 다양한 방식으로 교모세포종 치료제 개발에 나선 다국적제약사들. 자료 : 네오이뮨텍 정리
융합단백질 사이토카인으로 도전하는 네오이뮨텍
국내에서는 네오이뮨텍이 장기지속형 면역단백질을 이용해 교모세포종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핵심 파이프라인은 장기 지속형 IL-7 융합단백질인 ‘NT-I7’(에피네프타킨알파)이다. NT-I7은 체내에서 T세포 증폭과 림프구 회복을 촉진해 기존 면역항암제의 내성을 극복하는 전략이다. 교모세포종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림프구 감소증을 개선해 면역 반응을 높이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네오이뮨텍은 미국 메이오클리닉에서 키트루다와 병용하는 임상 2상(NCT05465954)을 진행 중이다. 1차 평가변수는 9개월 시점 생존율이며, 이는 기존 치료제들이 평균 6~8개월에 머물던 성적을 얼마나 뛰어넘을 수 있을지 확인하는 지표다. NT-I7은 2022년 FDA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기존 임상 데이터에서는 NT-I7 투여 후 환자의 T세포 수가 장기간 증가했고, 특히 림프구 감소증 환자군에서 두드러진 회복 효과가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NT-I7은 반감기를 연장한 융합단백질로서 장기 면역 반응을 가능하게 하는 점이 강점”이라며 “교모세포종을 비롯해 면역억제 환경이 강한 암종에서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오이뮨텍 외에도 국내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고 있다. 에임드바이오는 지아이이노베이션과 협력해 FGFR3-TACC3 변이 환자를 겨냥한 ADC ‘AMB-302’와 T세포 활성 융합단백질 ‘GI-102’ 병용 전략을 준비 중이다. 전임상에서 잠재력을 탐색중에 있다. FDA로부터 악성 교모세포종에 대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기도 했다.
다원메닥스는 길병원과 공동으로 BNCT(붕소중성자포획치료) 임상을 추진한다. 환자에게 붕소화합물을 투여한 뒤 중성자를 조사해 종양세포를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방식으로, 1상에서 안전성을 입증했으며, 내년 다기관 2상을 계획 중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