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연 5%에 육박했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최근 연 4% 수준까지 떨어지며 시장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미국의 경제 성장 둔화 전망,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 Fed의 독립성 우려가 금리 하락을 이끄는 요인으로 지목된다.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월 13일(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일주일 전) 종가 기준 연 4.8%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약 연 4.05%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2025년 들어 최저치 부근이며, 1월 이후 연 0.5%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이다.
장기 금리가 하락하면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과 차입 비용이 낮아져 주식 가치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신뢰가 약화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워싱턴 D.C. 소재 머니터리 펄러시 애널리틱스의 이코노미스트 데릭 탕은 마켓워치에 “현재 10년물 금리는 경기침체 지표로 볼 수 있다”며 “특히 2년물 금리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Fed 독립성에 대한 장기적 우려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하락세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확률과 크게 관련돼 있다”며 “금리 인하가 ‘선택’이라면 경기침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망 제공 차원에서 주식시장에는 호재일 수 있다. 그러나 ‘필요’에 따른 인하라면 이미 침체가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므로 주식시장에는 악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전략가들은 지난주 부진한 8월 고용지표 이후 올해 말 10년물 금리가 연 4%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전 전망치 연 4.25%에서 하향 조정한 것이다.
8월 신규 고용은 2만2000명 증가에 그쳤고, 실업률은 4.3%로 거의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돈 결과다.
흥미롭게도 10년물 금리는 11일 나오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올 수 있다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이어갔다. 8일에는 4bp 떨어져 연 4.05% 밑으로 내려갔으며, 이는 4월 4일 이후 최저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의 날’ 대규모 관세 발표 직후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시점이었다.
같은 날 정책 민감도가 높은 2년물 국채 금리도 1.3bp 하락해 3.49%를 기록, 3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와 동시에 다우지수(+0.25%), S&P500(+0.21%), 나스닥(+0.45%) 등 미국 주요 3대 지수는 모두 상승 마감했다.
FHN 파이낸셜의 시카고 소재 전략가 윌 컴퍼놀은 “연초에는 ‘트럼프플레이션’으로 불린 고성장·물가상승 시나리오가 2025년을 규정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이제는 성장 둔화 환경으로 진입하는 모습이 10년물 금리 하락세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는 결국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라 위험회피 성향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바꾸려면 고용 증가세가 가속화되는 흐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