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가 시장 규모가 300조원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빌트인 가전' 경쟁 격전장으로 떠올랐다. 주요 가전 제조사들은 빌트인 기술력을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승부수를 선보였다. '빌트인 가전' 급성장…주방 솔루션 비중 40%
8일 업계에 따르면 'IFA 2025'는 주요 가전 제조사들이 빌트인 제품을 선보이는 자리가 됐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퓨처는 지난해 빌트인 가전 시장 규모가 2560억달러(약 355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올해는 2626억달러(약 365조원) 규모로 성장하고, 오는 2034년엔 3298억달러(약 458조원)로 연평균 2.6%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빌트인 가전 시장은 공간 활용도가 높은 주방 솔루션을 찾는 수요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빌트인 주방 가전이 차지한 비중은 전체 2434억달러(약 338조원) 중 약 40%인 950억달러(약 132조원)에 달했다.
마켓리서치퓨처는 "빌트인 가전 시장은 현대적이고 공간 활용도가 높은 주방 솔루션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성장하고 있다"며 "기능성과 미학을 모두 갖춘 매끄러운 통합형 생활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주택 소유자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거 공간이 제한적인 점도 빌트인 시장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도시화가 가속화하면서 사용자들의 주거 면적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이 때문에 공간 효율을 높은 가전을 찾는다는 것이다.
유럽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빌트인 가전 시장에서 '큰손'은 북미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꼽히지만 유럽이 뒤를 바짝 따라붙고 있다. 2023년 기준 북미·아시아태평양 지역 빌트인 시장 규모는 각각 750억달러(약 104조원)를 기록했고 유럽은 620억달러(약 87조원)로 파악됐다. 빌트인 주방 솔루션이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삼성·LG, '좁은 집' 많은 유럽서 맞춤형 빌트인 강조
삼성전자가 IFA 2025에서 새로운 프리미엄 빌트인 주방가전 제품군을 선보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는 "카페 같은 분위기로 더 넓은 개방감을 주는 오픈 키친에 대한 유럽 소비자들의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설계된 새로운 프리미엄 빌트인 주방 가전 라인업을 선보이겠다"고 했다.삼성전자가 선보인 빌트인 주방 제품군의 핵심은 '인피니트 라인 후드일체형 인덕션' 신제품이다. 후드일체형 인덕션은 요리 도중 발생하는 냄새·연기를 흡입하는 팬과 필터가 내장됐다. 인덕션 하단 덕트를 통해 냄새와 연기가 배출되거나 필터를 거쳐 걸러지는 구조다.
이 제품이 IFA에서 특히 주목된 이유는 유럽 주방 트렌드에 정확하게 부합해서다. 후드일체형 인덕션은 천장형 후드가 필요없다. 주방이 더 개방적인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유럽에선 최근 상부장을 없애는 대신 넓은 아일랜드 조리대를 선택하면서 개방감을 살리는 트렌드가 포착된다. 신제품은 아일랜드형 주방에서 더 자연스럽게 조화되기 때문에 유럽 소비자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도 주거 공간이 좁아 빌트인 수요가 높은 유럽 시장에 주목했다. LG전자는 기업간거래(B2B) 영역에서 빌트인 가전 부문을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 빌트인의 경우 건설사가 주거시설을 지을 때 직접 가전제품을 같이 공급하거나 냊아재 공급 전문회사들이 가전을 함께 공급하는 대표적인 B2B 시장이어서다. LG전자는 유럽 내 빌트인 매출을 2030년 안에 10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해외 브랜드도 '빌트인' 집중…스마트홈과 시너지 기대
밀레도 빌트인 주방 솔루션으로 IFA를 찾은 관람객들을 끌어모았다. 밀레 신제품 '다운드래프트 후드'는 사용하지 않을 때 아일랜드 식탁 등 조리대 아래로 매끄럽게 빌트인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지멘스는 찬장으로 후드를 감추는 디자인을 갖춘 형태의 제품을 공개했다. 또 IFA에선 유럽의 좁은 주방을 고려한 서랍 형태 빌트인 스팀 조리기기들이 다수 전시됐다.중국 하이얼 또한 빌트인 가전 시장의 대표 주자 중 하나다. 스마트홈과의 연결성, 견고한 사후서비스(A/S) 등을 앞세워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마켓리서치퓨처는 "빌트인 가전 시장에서 하이얼은 다양한 소비자 요구를 충족하는 고품질의 혁신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견고한 명성으로 두드러진다"며 "이 회사는 지속적인 제품 개발과 연구개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통해 전략적으로 포지셔닝했다"고 봤다. 빌트인 가전 시장 주요 주자로 꼽히는 파나소닉에 대해선 "이 회사의 기술력은 최적의 성능과 향상된 사용자 편의성을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 기능이 장착된 빌트인 가전 개발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로봇청소기도 IFA에서 빌트인 기술력이 맞붙은 대표적이 제품이다. LG전자는 빌트인형 신제품 '히든 스테이션' 로봇청소기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주방 싱크대 아래 설치해 작동하지 않을 땐 보이지 않도록 개발됐다. 공기압을 이용해 오수를 빼내는 방식으로 로봇청소기 스테이션 부품 부피를 줄여 높이를 15㎝ 낮추면서 빌트인 형태가 완성됐다. 집이 좁아 설치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던 사용자들에게 적합하다.
중국 로보락은 로봇청소기 스테이션을 세탁건조기와 통합한 신제품을 꺼내들었다. 세탁건조기 하단에 스테이션을 장착해 로봇청소기가 드나들도록 했다. 별도 스테이션을 놓을 필요가 없어 공간 효율을 극대화했다.
스마트홈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빌트인 가전과의 시너지도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개방적이면서도 기능적인 홈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스마트홈 생태계에 통합된 빌트인 가전 수요를 끌어올릴 것으로 풀이된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