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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슈카빵'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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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슈카빵'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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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기환 한화그린히어로펀드 책임운용역

    소비를 많이 하는 것이 옳은가, 적게 하는 것이 옳은가? 사실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지나치게 소비를 많이 해서는 안 된다고 교육받은 사람이라면, 보통 ‘적게 하는 것이 옳다’고 답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쓰레기 문제와 기후 위기, 더 나아가 지구의 부양 가능 인구까지 생각한다면 우리의 소비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최근 이와 정반대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300만 구독자를 보유한 경제 예능 유튜버 슈카월드가 글로우서울과 함께 ‘슈카빵’(정확히는 소금빵)을 99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기획했다. 그는 이를 통해 ‘왜 빵값이 비쌀 수밖에 없는지, 싸게 팔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직접 보여주고자 했다. 그러나 기획 의도와는 달리, 자영업자가 빵을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식의 도발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논란 끝에 슈카는 사과했다. 그럼에도 이번 기획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소비가 충분히 많아져 적절한 수요가 형성되어야만 최적 가격에 도달할 수 있고, 결국 시장 규모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투자자의 시선에서 슈카빵 사건을 바라보면, 이는 단순히 빵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교훈을 담고 있다.

    슈카빵 사건을 통해 드러난 사실은 우리나라 1인당 빵 소비량 약 7kg(질병관리청 통계)으로 이웃나라인 일본의 28kg보다 적고, 50kg 이상 소비하는 유럽국가들보다 훨씬 적다는 점이다. 인구 규모까지 고려하면 우리나라 빵 시장은 일본 또는 유럽국가들의 1/8 또는 1/10 수준이다.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원재료 조달 비용이 높고, 공장식 대량 양산 체제를 도입하기 어렵다. 재고와 폐기 비용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요인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빵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가 설명된다. 만약 빵 소비가 늘어나 적정 시장 규모가 확보된다면, 가격을 충분히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굳이 그렇게까지 빵을 많이 먹어야 하느냐’는 의문이 들긴 한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 가격이 하락하는 사례는 제조업 전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배터리 산업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가격은 kWh당 5,000달러가 넘었으나, 지금은 1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단순히 시간이 흘러서가 아니라, 생산이 반복되고 시장이 커지면서 생산 규모가 확대된 결과다. 100MWh를 생산했을 때의 3000달러였으나, 1GWh가 넘어가면서 1000달러 이하로 하락하였고, 1000GWh가 넘어가면서 100달러 이하로 하락하였다.

    현재 주력인 NCM, LFP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전고체, 리튬메탈 등 차세대 배터리도 양산 가능한 수준의 기술에 도달한다면 이와 유사한 가격 하락 곡선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즉, 배터리와 전기차 가격을 낮추려면 시장 규모가 먼저 커져야 하고, 그래야 생산 원가가 낮아지며, 그 혜택은 소비자와 투자자 모두가 누릴 수 있다. 중국 전기차가 가장 저렴하고 경쟁력 있는 이유도, 중국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크고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전기차와 배터리에 관심 있는 투자자라면 반드시 시장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

    해상풍력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해상풍력의 첫걸음을 뗀 단계라 아직 가격이 비싸다. 설치선과 설치항만이 부족하고, 공급망도 미비해 필요한 자재와 장비를 멀리서 들여와야 하기 때문이다.


    러나 국내 공급망이 확대되고, 인근 국가와 이를 공유하면, 가격은 충분히 내려갈 수 있다. 실제로 독일 등 주요 유럽국가들은 4GW를 넘어서면서 LCOE(균등화 발전비용)가 크게 낮아졌고, 대만도 초기에는 KWh당 300원이었으나 4GW를 돌파하면서 급격히 하락했다.

    우리나라도 시장 규모가 충분히 커지면 지금보다 원가를 크게 낮출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일본·대만과 설치선 등 주요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다면, 동아시아 전역의 해상풍력 가격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해상풍력에 관심 있는 투자자라면 ‘우리나라 시장이 얼마나 빨리 커질 수 있을지, 이를 뒷받침할 정책이 나올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전력 시장에서는 소비가 지나치게 적을 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출력 제어다. 우리나라의 최대 전력 수요는 약 90GW이며, 예비율을 감안해 약 100GW 내외의 발전 설비가 가동되고 있다. 그러나 전력 수요가 가장 낮은 시기에는 35GW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때는 줄어든 수요에 맞춰 발전소 가동을 유연하게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전력망 안정성이 흔들리며 정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결국 일정 수준 이상의 전력 수요가 유지되어야 전력망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문제에 관심 있는 투자자라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플러스DR(수요반응 자원)을 비롯한 솔루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날수록 출력제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남는 전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집중 가동하거나, 직접공기포집(DAC) 같은 기술에 투입하는 방식도 현실화될 수 있다. 남는 전기를 무조건 써야 한다면, 더 가치 있는 곳에 쓰려는 움직임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슈카빵의 경제학을 이해한다면 이처럼 다양한 투자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다. 언제나 그렇듯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다. 가까이에 있지만 주목하지 않는 아이디어는 큰 수익을 안겨준다. 빵값 논란에만 집중하기보다,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적정 시장 규모’의 중요성을 이해한다면, 여기서 든 예시뿐 아니라 더 많은 투자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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