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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트럼프 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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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트럼프 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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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해 사상 초유의 집단 체포·구금 사태가 벌어졌다. 이를 통해 미국이 한국에 던지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열성 지지자인 공화당 소속 정치인이 스스로 자신이 이번 작전의 배후임을 밝혔고, 미국 당국도 이를 장기간 준비해 왔음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사태를 백악관의 인지 없이 이뤄진 통상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를 곤란하게 만들어 향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외국 기업이 현지인을 더 고용하도록 압박하려는 의도였다면 일정 부분 성공했을 수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정부 대응과 기업의 직원 파견 관행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고, 미국에 투자한 다른 외국 기업들도 긴장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66년 만에 이뤄진 북·중·러 연대로 그 어느 때보다 동맹 간 결속이 절실한 시기에, 한국 국민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간과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MAGA)를 앞세워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들을 지우는 데 몰두하며 지지층 결집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미국의 정책을 정당별 구도로 이해하지 않는다. 1960년대 베트남전 파병, 1970년대 국산 핵무기 개발 관련 이견, 1980년대 군사정부에 대한 미국의 비호, 1990년대 외환위기로 인한 경제주권 훼손 같은 민감한 시기에도 한국인은 미국 집권당이 어느 당인지 따지지 않았다. 외국 선호도 조사에서 미국이 항상 1위를 차지해 온 것처럼 미국을 최고의 우방국으로 여겨 왔다.

    정치 세력도 범죄 집단도 아닌 한국인 기술자들이 마약 소탕 작전을 방불케 하는 급습을 당해 온몸이 쇠사슬에 묶인 채 끌려가는 모습을 본 지금, 한국인들의 대미 인식에 큰 혼란이 일고 있다. 그것도 막대한 대미 투자가 논의 중인 시점에 한국 정부에 사전 통보조차 없이 감행한 반인권적 물리력 행사에 굴욕감과 함께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미국은 지난 8월 실업률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인 4.3%까지 오르며 경기 침체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작전을 계기로 외국인 투자 기업에 현지인 고용 압력을 가하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한국인들의 마음속에는 ‘미국은 과연 한국에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회의가 생기고 있다.

    더구나 지금은 이달 초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러 정상 회동을 계기로 한·미·일 결속이 강조되는 시점이다. 과거 냉전 시대와 달리, 현재의 한·미·일 협력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공통된 위협 인식 외에는 뚜렷한 이념적 기반이 부족하다.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동맹과의 협력, 그리고 미국 내 내부 결속을 이끌 리더십이 절실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와 제재를 통해 우방국들과 갈등을 이어가고 있으며, 대학에 정치적 압박을 가하고 주요 도시에 방위군을 투입하는 등 극단적인 국내 정책으로 내부 분열과 소프트파워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저절로 굴러들어온 유리한 국제 환경을 향유하며 차근차근 대안적 국제 질서를 구축해 가고 있다.

    이번 사태가 석방과 자진 출국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거시경제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각 정부 기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충성과 실적 경쟁에 몰두하며 정치적 이익에만 집중한다면 한·미 관계에는 리스크가 상존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국익과 국민 안전이 미국 정치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특히 이번 사태의 빌미가 된 비자 문제는 5년 전에도 불거졌던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지난 10년간 수차례 미 의회에서 발의된 ‘한국동반자법’(Partner with Korea Act) 통과를 관철해야 한다. 이 법안은 호주 싱가포르 칠레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다른 국가들이 이미 확보한 제도로, 미국 산업 생태계 회복과 안정적인 투자 진행을 위해 한국인을 위한 연간 전용 비자(E-4 비자) 1만5000명분의 쿼터를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끝난 게 아니라 이제 시작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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