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오는 17일 개막한다. BIFF는 올해 30주년을
맞아 비경쟁 영화제에서 경쟁 영화제로의 전환이라는 큰 변화를 시도한다. 신인과 기성 감독의 구분 없이 우수한 아시아 영화를 선정하는 경쟁 부문과 ‘부산 어워드’를 시상한다. 영화제의 정체성을 아시아 중심으로 강조하는 동시에 30주년이라는 축제의 화려함을 더하면서 올해 영화제는 다른 해보다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올해 BIFF에서 꼭 봐야 할 작품 다섯 편을 먼저 공개한다. 국보(이상일)
‘악인’(2011) ‘분노’(2017) 등의 작품으로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재일한국인 감독 이상일의 신작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다. 영화는 야쿠자의 아들로 태어난 다치바나(요시자와 료 분)가 아버지를 잃은 후 가부키 배우인 한지로(다나카 민 분)에게 입양돼 일본 최고의 가부키 배우로 탄생하는 과정을 그린다.이 감독은 ‘국보’를 통해 칸 국제영화제(감독주간)에 처음으로 초청받기도 했다. 칸에서 공개된 뒤 일본에서 6월 6일 개봉한 이 영화는 현재 기준 무려 747만 명의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수익 105억엔(약 987억원)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일본 실사영화 중 3위다. 단연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큰 관심이 쏠릴 화제작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알파(쥘리아 뒤쿠르노, 2025)
올해 칸 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됐다. 쥘리아 뒤쿠르노는 2021년 ‘티탄’으로 칸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여성 장르영화 감독으로 부상했다. 공개 직전까지 알파는 또 한 번의 황금종려상이 예측될 정도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지만 궁극적으로는 호평보다 비평이 더 많았던 불운한 작품이기도 하다.1990년대 에이즈 시대를 향한 풍자를 담은 뒤쿠르노식 보디 호러 알파는 그럼에도 흥미로운 요소가 가득하다. 영화는 친구들과 장난으로 타투를 한 뒤 몸이 서서히 석화되는 13세 소녀 알파의 이야기를 그린다.
여행과 나날(미야케 쇼)
올해는 유독 일본 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미야케 쇼가 연출하고 한국 배우 심은경이 주연한 ‘여행과 나날’은 지난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로써 미야케는 앞서 칸 경쟁 부문에 초청된 하야카와 치에에 이어 일본 작가주의 영화의 건재함을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영화는 여름과 겨울로 나뉜 두 개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여름은 여행을 떠난 두 여성이 우연히 해변가에서 만나는 이야기를, 겨울은 시나리오 작가, 이(심은경 분)가 막힌 글을 쓰기 위해 한 산골 숙소에 머물면서 주인인 벤조를 통해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느끼는 과정을 그린다. 미야케의 전작 ‘새벽에 모든’이 그러했듯, 이번 작품 역시 자연의 움직임만큼이나 느리고 고요한 전개와 분위기가 특징이다.
산양들(유재욱)
한국 독립영화를 쇼케이스하던 섹션인 ‘비전’이 올해부터는 신인과 기성 감독의 경계를 허물며 한국과 아시아의 독립영화로 그 범위를 확장한다. 이번 비전 섹션에서는 한국 독립영화가 12편, 아시아 독립영화가 11편으로, 소개할 영화 ‘산양들’은 선정된 한국 독립영화 중 한 편이다. 영화는 대입을 앞둔 네 명의 고등학교 3학년 소녀(인혜, 서희, 정애, 수민)가 ‘산양들’이란 모임을 통해 생명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작은 동물의 안식처를 구하려고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산양들’은 소녀들과 동물의 연대를 통해 단순한 시간의 흐름으로 보이는 성장이 아니라 생명과의 교감을 통한 성장이라는 서정적이면서도 심오한 메시지를 전한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짐 자무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짐 자무시 감독의 신작이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부모와 (장성한) 아이들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하는 세 개의 이야기가 담긴 앤솔러지 영화다. ‘파더’는 관계가 소원한 남매 제프(애덤 드라이버 분)와 에밀리(마임 바이알릭 분)가 유랑 생활을 하는 아버지(톰 웨이츠 분)를 찾아 뉴저지의 작은 마을로 떠나는 이야기를, ‘마더’는 두 자매, 릴리스(비키 크립스 분)와 티모시아(케이트 블란쳇 분)가 더블린에 사는 소설가 엄마를 방문하는 이야기를 그린다.마지막 에피소드인 ‘시스터 브라더’는 파리에 사는 이란성쌍둥이, 스카이와 빌리가 마주하는 비극적인 가족사를 담고 있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