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빠르게 침공하고 있는 중국 가전 기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독일의 대표 가전회사 밀레의 마르쿠스 밀레 회장(사진)은 지난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최대 강점은 많은 자본과 빠른 속도, 공격적인 가격 전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직접 경쟁하기보다는 오랜 전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가 집중해 온 프리미엄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기업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유럽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메이디는 유럽에서 유레카, 콜모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테카를 사들였다. 하이얼은 캔디와 후버, 하이센스는 에스코, 스카이워스는 메츠 등을 인수했다. 이 같은 빠르고 공격적인 확장세에 저렴한 가격까지 갖추자 126년 업력의 유럽 가전 ‘터줏대감’으로 평가받는 밀레마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그중 첫 번째가 품질을 높여 프리미엄화하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가전회사와 겹치는 부분이다. 밀레 회장은 “품질은 기술적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고 정교한 디자인, 사용자 경험, 뛰어난 서비스까지 모두 포함된다”며 “빠른 속도와 낮은 비용이 중시되고 있지만 우리는 품질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고 그것이 밀레를 차별화하는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밀레가 최근 인공지능(AI) 가전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밀레 회장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AI 가전의 연결성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밀레는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AI가 요리를 자동으로 인식해 조리 설정을 최적화하는 스마트오븐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유럽 주방 문화에 특화한 제품을 강화해 중국 가전의 침공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그는 “유럽의 주방은 빌트인으로 설계되는데, 외관 디자인을 만족시킬 뿐 아니라 긴 수명이 보장돼야 한다”며 “수십 년간 고장 없이 사용할 수 있는지가 유럽 소비자가 가장 높게 평가하는 요소”라고 했다.
밀레의 모든 제품은 최대 사용 20년을 목표로 설계된다고 했다. 이를 위해 핵심 부품과 전자장치까지 직접 제조하며 원자재, 공정 기술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밀레 회장은 “실제 사용 환경을 반영해 철저하게 내구성 테스트를 하는데, 이는 업계에서도 극히 드문 사례이자 고객이 밀레를 신뢰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베를린=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