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매년 신규 주택 27만가구, 총 135만가구를 착공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 공급 대책과 관련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긍정 평가했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주택 공급 관리 목표를 인허가에서 착공으로 현실화하며 계획과 준공 시차의 괴리를 줄이는 전략은 수요자의 공급 착시를 최소화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함 랩장은 "중장기적으로 정부의 강력한 주택 공급 의지를 피력해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불안감을 다독일 수 있을 전망"이라며 "공급책 외에도 규제 지역의 대출 추가 규제 등 수요 억제책을 병행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오는 8일부터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무주택자·처분조건부 1주택자의 LTV 상한은 종전 50%에서 40%로 강화하고,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 매매·임대사업자들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은 0%로 완전히 막는다. 기존에는 규제지역 LTV 30%, 비규제지역 60%를 적용했는데 이를 원천 봉쇄한 것이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는 2억원으로 일괄 축소된다.
함 랩장은 "매입과 거주를 분리하거나 한 채 더 사두는 단기 투자 수요 억제에 도움을 주면서 당분간 거래 진정 상태도 지속할 전망"이라며 "가을 이사철 수도권 중심의 매매가 상승 움직임도 제한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장기 공급 처방과 단기 수요 억제 정책을 동시에 하는 '양동 작전'"이라며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공급 부족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전문위원은 "지금 무주택자들의 불안이 큰 만큼, 세부 후속 청사진 제시가 필요하다"며 "공급 확대를 피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이 시장 안정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 랩장은 "이번 주택 공급 대책의 실행력과 속도, 민간의 적극 참여 여부, 투기 수요를 줄이면서 실수요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금융·규제 대책과의 조화가 정책 효과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향후 5년간 착공 기준의 수도권 135만호는 계획에서 멈추지 않고,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며 "방법론에서 가장 빠른 3기 신도시 용적률 확대와 공원녹지·자족용지 축소 등을 통한 약 20∼25만호 확대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수요억제 대책에 대해 "대출 규제 등 부동산 금융을 지나치게 억제할 경우 그 부담은 최종 세입자에게 전가되고, 유동성 악화로 따른 소비 위축과 경제 활성화의 저해 요인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번 부동산 대책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택용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사업 시행자를 맡아 공급 속도를 높이고 물량을 늘리는 방안에 관심이 쏠렸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LH가 직접 주택 공급 사업을 시행할 경우 민간 사업 대비 수익률과 분양가를 낮춰 사업성을 개선하고 분양률을 높일 수 있다"며 "사업 속도를 앞당겨 공급 효과가 더욱 실질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 전문위원은 "크게 위축된 민간 공급의 공백을 메우고, 분양가에 거품을 빼서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라면서도 "LH 조직 재정비, 재정 확대와 재무 건전성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LH가 공공분양을 중단하고 자체 사업으로 운영할 경우 예산과 조직과 인력 등의 측면에서 감당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줘야 한다"며 "LH뿐 아니라 주택 공급에 있어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나 경기주택도시공사(GH)등 지방 공사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LH가 직접 시행을 통해 기존보다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목표에 더해 기존의 적자 부분을 메우면서 얼마만큼의 주택 공급가 인하를 끌어낼 수 있는지 사업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총 135만가구 공급을 골자로 하는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LH는 주택용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시행하는 방식으로 공급 속도를 늘린다. 또한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도심 공급 확대를 위해 노후시설과 유휴부지 등을 최대한 활용한다.
앞서 발표된 6·27 대출규제 이후에도 투기 수요 유입이 이어지지 않도록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일부 강화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권을 확대하는 등 수요 관리도 병행한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범정부 역량을 결집해 실천 가능성이 큰 과제들로 대책을 수립한 만큼 후속조치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국민이 필요로 하는 곳에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고 국민이 살고 싶은 곳에 양질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