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로펌업계에 따르면 바른과 린은 오는 12일 각 사 구성원(파트너) 변호사들에게 합병 추진 상황을 알리고 의견 수렴에 나선다. 합병 여부와 관련한 총의가 수렴되면 이르면 다음달 대외에 향후 절차와 계획을 공개할 방침이다. 바른 관계자는 “바른과 린이 수익배분 구조가 가장 흡사해 합병에 유리하다”면서도 “두 로펌 모두 파트너십이 강한 곳인 만큼 의견 수렴 작업이 중요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합병이 성사되면 연매출 1500억원 규모의 대형 로펌이 탄생한다. 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액 기준 지난해 바른은 1064억원, 린은 37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로펌업계 ‘신흥 강자’로 꼽히는 와이케이(YK)가 지난해 7위(1547억원)에 올라섰는데, 바른-린 합병법인이 이 자리를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이동훈 바른 대표변호사는 지난 4월 인터뷰에서 “올해 매출 규모를 1200억원 수준으로 늘려 1500억원 진입을 위한 초석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전통 강호인 김앤장법률사무소·광장·태평양이 더딘 성장세를 보이면서도 상위권을 지키는 가운데 율촌·세종·화우가 치고 나가며 로펌업계는 ‘김광태율세화’가 주도하는 분위기였다. 송무 전문 바른과 김앤장 출신 변호사들이 주축인 자문 전문 린이 통합해 시너지를 낸다면 최상위권 로펌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2023년 ‘1000억 클럽’에 진입한 바른은 지난해 연매출이 전년 대비 0.6% 증가한 데 그치며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린과의 합병 카드는 판도를 뒤집기 위한 ‘승부수’인 셈이다. 다만 2005년 법무법인 김장리와 합쳤다가 내부 갈등으로 3년 만에 합병을 취소한 경험이 있는 만큼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저성장 기조로 주요 로펌 간 먹거리 싸움이 한층 치열해지는 가운데 바른-린 합병이 법률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약 2년 전 린과의 합병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동인, 최근 해광과 합병을 추진하다가 철회한 대륙아주 등의 후속 행보에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