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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부자' 태광, 애경산업 품고 K뷰티로 사업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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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부자' 태광, 애경산업 품고 K뷰티로 사업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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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기준 태광산업의 유동자산은 2조7692억원에 이른다. 기존 현금성 자산 1조9445억원에 SK브로드밴드 지분 매각으로 8038억원의 현금이 들어온 결과다. 하지만 본업인 섬유와 석유화학 등의 실적은 부진하다. 관련 업황이 하락세를 타며 2022년부터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유한 현금 자산을 활용해 사업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높았다”고 말했다. 태광그룹이 이번 애경산업 인수전에 사활을 걸고 뛰어든 이유다.

    ◇B2C로 사업 영역 확대
    이 같은 태광그룹의 의지는 애경산업 인수전 초기부터 나타났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다른 후보들이 인수전 참여 여부를 초기 검토하던 때 태광그룹은 인수 후 통합(PMI) 전략을 수립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인수를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인수 이후 태광산업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방안을 고민했다는 의미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었다지만 지분 63%를 확보하는 데 애경산업 시가총액(약 43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을 써낸 것도 확실히 승기를 쥐기 위한 선택이었다.


    태광그룹은 애경산업 인수를 통해 화장품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루나’ ‘에이지투웨니스’ 등의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한 애경산업은 전체 화장품 매출 중 70%가량을 해외에서 거둔다. 다만 수출의 약 8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하지만 태광그룹은 이 같은 약점을 오히려 기회 요인으로 본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중국 의존도를 뒤집어 보면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 수출을 확대할 기회가 남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K뷰티’ 열풍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화장품 브랜드의 가치가 고평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애경산업은 최근 저조한 실적으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샴푸 브랜드 ‘케라시스’, 세제 브랜드 ‘스파크’ 등 경기 영향을 덜 받는 생활용품 브랜드를 애경산업이 보유한 점도 태광산업은 주목했다.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영위해 온 태광산업이 애경산업 인수를 계기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광의 M&A 어디까지 이어지나
    애경산업 인수를 시작으로 태광그룹의 M&A 본능이 다시 깨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최초로 스판덱스를 상업화한 태광산업은 1950년 섬유 사업을 시작으로 1990년대 석유화학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다른 영역에서도 태광그룹은 공격적인 M&A를 통해 사세를 키웠다. 태광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임용 회장이 1973년 흥국생명 인수에 이어 고려저축은행, 태양생명 등을 사들이며 금융업을 중요한 성장축으로 키운 것이 단적인 예다.

    이호진 전 회장도 2006년 쌍용화재(현 흥국화재), 피데스증권중개(현 흥국증권)를 인수하며 금융계열사를 더욱 확장했다. 2003년부터 한빛방송 등 20여 곳의 유선방송사업자(SO)를 차례로 인수하며 케이블 방송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을 마지막으로 오너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태광그룹의 M&A는 전면 중단됐다. 벌어들인 돈을 추가 투자 없이 쌓아 놓기만 하는 태광그룹을 두고 IB업계에서는 ‘열리지 않는 지갑’으로 부르기도 했다.


    올 들어 태광그룹은 M&A 시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전 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대부분 해소된 가운데, M&A를 통해 사업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내부의 위기감이 높아졌다는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태광그룹은 올 7월 화장품과 부동산, 에너지 등 신사업에 내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은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M&A 행보는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로도 이어질 수 있다. 태광산업의 2대주주로 주주행동을 벌이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 전 회장이 이사회에 복귀해 책임경영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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