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서명한 뒤 공개한 미일 양해각서를 보면 일본은 미국 대통령이 지정한 투자 프로젝트에 45일 내에 투자금을 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에 더 높은 관세가 부과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투자 수익도 일본 정부가 투자 규모에 따라 배분한다고 설명했던 것과 달리 미국에 훨씬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투자금이 모두 상환되기 전까지는 양국이 수익을 절반씩 나누지만 투자금이 상환되면 미국이 수익의 90%를 가져가는 구조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X(엑스)에 “일본 파트너들과 함께 이룬 성과는 미국의 미래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며 ”이는 바로 미국 우선주의 무역 의제의 핵심”이라고 적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상 처음으로 이러한 투자를 미국 이익을 위해 직접 지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본에 유리한 합의 내용도 일부 있다. 미국은 일본이 투자하는 프로젝트에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 공급업체로 가능한 일본 기업을 선정하기로 했다.
일본은 지난 7월 미국에 수출하는 일본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미국에 5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합의 당시 일본의 투자 약속을 ‘계약금’이라고 표현했다. 이번에 당시 무역 합의를 성문화한 것이다. 양해각서 서명에 따라 27.5%였던 유지되던 일본산 자동차 관세는 양국이 합의한 대로 15%로 조만간 인하될 전망이다.
일본 내에선 일본에 불리한 조항들이 너무 많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투자처 선정부터 미국 대통령이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 미국 상무부 장관이 의장을 맡는 미국 정부의 투자위원회가 투자처를 추천하면 미국 대통령이 추천받은 후보군에서 투자처를 결정하는 구조다. 전체 투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 19일까지 진행한다. 마이니치신문은 “(양해각서 체결에 의한 문서화로) 대미 투자에 대한 실시 압력이 한층 더 강해질 수 있다”며 “미국이 채산성에 의문이 되는 투자처를 강행하면 그 청구서가 일본에 돌아올 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양해각서에 일본 측이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지도 명시되지 않아 불확실성도 남아있다는 평가다. 다만 일본 정부는 “일본무역보험,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일본수출입은행) 등의 출자나 융자, 융자보증을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미국과 비슷한 무역 협상을 진행했던 한국도 향후 대미 투자에 많은 제약이 따를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한국은 지난 7월 말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와 1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를 약속하고, 상호관세를 비롯해 자동차 및 차부품 관세를 각각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한국과의 무역합의와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하지 않은 상태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