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일렉트릭이 미국에서 1400억원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주 계약을 따냈다. 미국 현지 첫 수주로 전력기기 업체인 HD현대일렉트릭이 ESS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텍사스 200MWh(메가와트시)급 '루틸 BESS 프로젝트'에 대한 설계·조달·시공(EPC) 계약을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계약금액은 약 1400억원이다. 루틸 BESS 프로젝트는 미국 텍사스 러널스 카운티를 거점으로 하는 전력 거래 사업이다. 올해 3분기 착공해 2027년 3분기 준공이 목표다. HD현대일렉트릭은 ESS용 배터리를 조달해 ESS를 제작하고 설치해주는 작업까지 담당한다.
미국 ESS 시장 진출을 오래동안 준비해온 HD현대일렉트릭은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미국내 시장 점유율을 점진적으로 높여갈 계획이다. 대규모 변압기 수주를 이어오던 HD현대일렉트릭이 다음 먹거리로 ESS를 점찍었다는 분석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태양광 발전소 및 ESS 설치량이 급등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전력가격이 일정하지 않다. 마치 주식가격처럼 시시각각 전력판매가가 변하는데 태양광으로 만들어낸 전기를 ESS에 저장해놨다가 가격이 비쌀때 팔면 수익이 크다는게 알려지면서 전세계 사업자가 미국 ESS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ESS가 많이 설치되고 있는 서부, 남부 지역에서는 과거 '금광 러쉬'를 연상케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ESS 설치량의 증가로 전력 송전 안정성과 전력가 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주정부도 설치를 장려하고 있다. ESS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전기가격이 비싸거나 가격 격차가 큰 지역을 찾아다니며 ESS를 설치하다 보니 지역내 전력공급 안정성이 높아지며 기업과 지역이 '윈윈'인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내 1위 ESS 제작·설치 사업자는 테슬라다. 이외에도 제너럴일렉트릭(GE) 버노바, 인페이즈 에너지, ENEL 등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다. 한화솔루션과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다른 국내업체도 ESS 사업을 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미국내 ESS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기존 전력기기 사업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SS로 만든 전기를 주변 지역으로 전송할때 변압기 등이 쓰이기 때문이다.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대표는 "이번 수주를 시작으로 북미뿐 아니라 유럽 등 글로벌 BESS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확대에 기여하며 미래 전력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