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5일 국내총생산(GDP) 대비 50% 수준인 국가채무비율이 40년 이후 최악의 경우 170%대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과 관련해선 "이런 암담한 수치가 나왔는데도 '경알못'(경제를 알지 못함)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안일하게 재정폭주를 지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통령 경제 참모까지 경알못 빚재명 정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재명 대통령의 수석급 경제 참모인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이 어제 '국채는 발행할 수밖에 없다.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도 (국가부채비율) 100%가 넘는다. 기축이냐 비기축이냐 논의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며 "2065년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GDP 대비 173%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기재부 전망 속에서 류 보좌관의 얘기를 보면, 두 가지 면에서 '이번 정부가 정말 경제를 모른다'는 탄식이 나온다"고 했다.
박 의원은 류 보좌관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기축, 비기축 논의할 필요 없다? 비기축통화인 원화는 달러, 엔, 유로 등 기축통화보다 발행력과 수요가 뒤처진다. 한국은행이 원화를 마구 찍어내면 원화 가치는 폭락하고 국가신용등급이 추락할 수 있다"며 "돈 찍어 빚 갚는 것은 미국 같은 기축국이나 가능한 일이다. IMF는 비기축 통화 11개국 중 우리나라 부채비율 상승 폭이 가장 높다고 주의를 준 바 있다. 대통령실 참모가 설마 이 정도도 모를 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기축국이라도 재정폭주는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1980년대 세계 2위 경제대국 일본은 1992년 버블 붕괴 이후 무리한 확장 재정 정책을 펼치다가 '잃어버린 30년'을 겪었다. 닛케이 225 지수는 70% 가까이 폭락했고 시가총액 기준 세계 50대 기업은 1988년에 33개였지만 지금은 1개뿐"이라며 "국가부채도 현재 GDP 대비 235%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내년 국채 이자 지급비로만 연간 예산의 약 10% 이상인 13조엔(약 122조원)을 써야 하는 처지"라고 했다.
또 "이탈리아는 2011년에는 유로존 3위 경제 규모를 자랑했으나, 무분별한 재정확장으로 2012년에 이미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 125%를 넘어 유럽 금융위기의 뇌관이 됐다"며 "2014년에는 청년층 실업률이 무려 42.67%에 달했다. 당시 재정폭주 여파로 아직도 이탈리아는 그리스에 이어 유럽 국가부채 순위 2위(GDP 대비 137.9%)에 달하며 국채 이자만 GDP의 4%에 해당한 900억 유로(약 146조 원)를 매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또한 올해 1분기 국가부채가 GDP 대비 114.1%에 만성적인 재정적자로 지난 7월 재정 긴축안을 발표해 돌파하고자 했으나, 결국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져 증시 폭락을 야기했다. 현재는 IMF 구제금융까지 논의 중인 심각한 상황"이라며 "실상이 이런데도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를 예로 들며 국가부채가 늘어도 괜찮다고 하는 대통령 경제참모는 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가. 안일한 국가부채 인식은 대한민국 재정을 파탄으로 몰고 갈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는 "기획재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제3차 장기재정전망'에서 40년 뒤인 2065년에 우리나라 GDP 대비 국가채무가 무려 173%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밝혔다"며 "인구나 경제 성장률이 지금 수준을 유지해도 156%, 지금보다 더 악화하면 173%까지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표현한다면, 어느 집의 1년 수입이 1000만원인데, 빚은 1730만원이 쌓이고, 그 빚이 자녀들에게 전가된다는 의미"라고 했다.
박 의원은 "더 충격적인 점은 이런 암담한 수치가 나오기까지, 좌파 정부는 우리 국민을 두 번이나 속였다는 것"이라며 "첫째,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한 제2차 장기재정전망을 보면 2060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81%다. 당시 기재부 실무진에서 두 배가 넘는 168%로 보고했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국민이 불안해하니 두 자릿수로 낮추라'고 통계 왜곡을 지시했다는 것이 감사원 감사 결과"라고 했다.
이어 "감사 결과가 2024년에 나와 이미 퇴직한 홍 부총리는 징계도 받지 않았지만, 과연 홍 부총리가 문재인 청와대의 지시 없이 독단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만약 그때 투명하게 사실을 공개하고 경각심을 가졌다면 이번 장기재정전망은 지금보다 훨씬 나아졌을 것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국민을 거짓 안심시키고, 600조원이던 나랏빚을 400조원이나 더 늘렸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두 번째로 "이재명 정부도 국민 눈을 흐리는 건 마찬가지다. 국가부채를 발표하면서 국제기준과는 동떨어진 D1 기준, 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채만 합한 수치로 발표한 것"이라며 " IMF나 OECD 등이 사용하는 국제표준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채에 비영리 공공기관의 부채까지 합한 통계를 사용하는데, 이재명 정부는 또다시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공기관 부채는 쏙 빼놓고 공개하며 국가부채 수준을 축소 왜곡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니 '경알못' 이 대통령과 민주당도 안일하게 재정폭주를 지시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이제라도 나랏빚이 진짜 어느 수준인지, 어떻게 해야 재정건전성을 지키고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지 살펴보길 촉구한다"며 "그래야 40년 후에 우리 아들, 딸들로부터 '빚투에 올인했던 좌파 정부 때문에 우리가 빚더미에 앉았다'라는 원망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