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공시대상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가 남성보다 평균 3000만 원 넘게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 임금 격차가 30%를 돌파하며 1년 새 더 벌어졌다.
여성가족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성별 임금 격차 조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여가부는 양성평등기본법에 근거해 양성평등주간(9월 1~7일) 중 하루를 양성평등 임금의 날로 정하고, 같은 날 성별 임금 통계를 공개해왔다.
이번 조사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제출된 2980개 공시대상회사의 사업보고서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에 공개된 344개 공공기관의 정기 공시보고서를 분석해 이뤄졌다. 조사기관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다.
분석 결과, 공시대상회사에 다니는 남성의 1인당 평균임금은 9780만 원, 여성은 6773만 원으로 집계됐다. 여성이 남성보다 3007만 원 적게 받는 셈이다. 성별 임금 격차는 30.7%로, 전년(26.3%) 대비 4.4%포인트 확대됐다.
남녀 모두 평균임금이 전년보다 줄었지만, 여성(-6.7%)의 감소폭이 남성(-0.8%)보다 훨씬 커 격차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산업별로는 제조업(20.0%→29.1%), 정보통신업(30.3%→34.6%), 금융·보험업(30.2%→31.2%) 등 주요 산업에서 격차가 커지며 전체 증가를 이끌었다. 업종별 임금 격차는 도매·소매업(44.1%), 건설업(41.6%), 정보통신업(34.6%) 순으로 컸다. 반면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15.8%), 숙박·음식점업(17.7%), 전기·가스업(22.5%)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공시대상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는 남성 11.8년, 여성 9.4년이었다. 성별 근속연수 격차는 20.9%로 전년(23.0%)보다 2.1%포인트 줄었다.
공공기관의 경우 남성 평균임금은 7267만 원, 여성은 5816만 원으로 격차는 20.0%였다. 이는 전년(22.7%)보다 2.7%포인트 줄었다. 근속연수는 남성 10.5년, 여성 8.4년으로 집계돼 성별 근속연수 격차는 19.9%였으며, 전년(29.0%)보다 9.1%포인트 줄었다.
일반적으로 근속연수 격차 감소는 임금 격차 완화로 이어지지만, 올해 공시대상기업에서는 반대로 임금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는 직급, 근로형태 등 근속연수 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신우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성별 임금 격차는 직무 내용, 승진, 휴직 등 임금 결정 요인뿐 아니라 산업·직종 분리 같은 구조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앞으로 연령, 직급, 고용형태, 경력단절 여부, 직무 특성 등 변수를 반영해 격차 원인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기업별 임금 정보를 공개하는 '고용평등임금공시제'를 추진할 방침이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