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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 29일 항소 법원에서 무효화된 관세 유지를 위해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신속한 심리를 요청했다.
4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전 날 대법원에 상고를 접수하면서 대법원이 9월 10일까지 사건을 심리하고 11월에 변론 여부를 결정해 심리를 신속하게 진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법무부는 “관세가 전례없는 미국의 경제적 번영과 평화를 증진시킨다고 판단했으며 관세 권한을 거부하면 무역 보복에 노출돼 미국이 경제적 재앙 직전까지 몰릴 것”이라고 상고 이유를 밝혔다.
관세 소송을 제기했던 미국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대법원 심리 요청에 반대하지 않았다. 이들 기업을 대리하는 리버티 저스티스 센터의 제프리 슈왑 변호사는 자신들이 승소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슈왑은 "불법 관세는 미국이 중소기업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 가운데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에 따라 4월에 발표한 상호 관세 및 2월에 펜타닐 등의 미국내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해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부과한 별도의 관세와 관련이 있다.
IEEPA는 국가 비상사태 시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위협"에 대처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적대국에 대한 제재나 자산 동결에 사용돼왔다. 트럼프 대통령 이전에는 관세 부과에 이 법이 사용된 적이 없다.
법무부는 이 법이 비상 조항에 따라 대통령이 수입을 "규제"하거나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판결은 두 가지 이의 제기에서 비롯됐다. 하나는 뉴욕의 와인 및 주류 수입업체와 펜실베이니아 소재 스포츠 낚시 소매업체 등 5개 상품 수입 업체들이 제기한 소송이다. 다른 하나는 애리조나, 콜로라도, 코네티컷, 델라웨어, 일리노이, 메인, 미네소타, 네바다, 뉴멕시코, 뉴욕, 오리건, 버몬트 등 12개 주가 제기한 소송이다. 이들 주는 대부분 민주당이 지배하는 주이다.
1심에서는 미국 헌법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세금과 관세를 발행할 권한을 부여했으며, 이 권한을 위임할 경우 명시적이고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법리로 트럼프의 IEEPA에 의한 관세부과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연방 순회 항소 법원도 이 법에서 정한 대통령의 권한에는 관세를 부과하는 권한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관세와 같은 세금을 부과하는 의회의 핵심 권한은 헌법에 따라 입법부에만 부여되어 있다”는 것이 1심과 항소 법원의 입장이다.
항소법원은 또 행정부의 IEEPA에 대한 견해가 대법원의 "중요 질문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을 위반한다고 밝혔다. 이 원칙은 행정부가 막대한 경제적, 정치적 중요성을 갖는 조치를 취하려면 의회의 명확한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다.
관세 및 무역 분쟁에 대한 관할권을 갖고 있는 뉴욕 소재 미국 국제무역법원은 지난 5월 28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해 반대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워싱턴의 또 다른 법원은 IEEPA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를 승인하지 않는다고 판결했고, 정부는 이 판결에도 항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이의를 제기한 소송은 최소 8건이 접수되었으며, 그중 하나는 캘리포니아주가 제기한 소송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법학자들은 대체로 1심과 항소법원의 판결이 법리적으로 합당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보수 성향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대법원 대법관 9인 가운데 6명은 공화당, 3명은 민주당에서 임명한 법관이다.
IEEPA 관세에 반대표를 던진 7명의 항소법원 판사 중 1명은 공화당, 6명은 과거 민주당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양당이 임명한 판사들 사이에 교차 투표가 있었다고 알려졌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