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 관련주를 쓸어담은 서학개미들의 수익률이 추락하고 있다. 미국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투자 심리가 약화하면서 주요 종목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서클과 비트마인 등을 보유한 고객들의 수익률이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 평균 수익률 -34.36%…개미들 '비명'
<서학개미 순매수 TOP5 종목>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3개월(6월4일~9월3일)간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서클로 집계됐다. 해당 기간 순매수 규모는 약 1조680억원(7억6779만달러)에 달한다. 순매수 2위 역시 가상자산 관련주인 비트마인(5억874만달러·약 7080억원)으로 집계됐다. 순매수 3위는 유나이티드헬스그룹(3억9417만달러·약 5483억원), 4위는 ‘아이셰어즈 0~3개월 미국 단기채’(SGOV)(3억6380만달러·약 5060억원)였다. 이어 코인베이스(3억3320만달러·약 4635억원)가 5위를 기록했다.
올 들어 서학개미 인기 종목인 테슬라 주가가 부진하자 가상자산 관련주로 관심이 옮겨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스테이블코인 규제안인 '지니어스법안' 통과 전후로 가상자산 관련주가 폭등한 점도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지난 6월5일(현지시간) 상장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은 첫 거래일 168.48% 급등한 데 이어 이튿날에도 29.40% 뛰었다. 상장 후 한 달 사이 3배 이상 가파르게 상승했다. 비트코인 채굴업체 비트마인도 이더리움을 주요 자산으로 삼는다는 소식에 지난 6월30일부터 7월3일(현지 시간)까지 4거래일간 약 9배(888.47%) 수직 상승했다. 그러나 8월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지난달 중순 미국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기대치를 웃돌면서 미국 금리인하 기대가 약화된 점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가상자산 관련주도 일제히 내림세로 돌아섰다. 서클과 비트마인은 7월 고점 대비 각각 50%~60% 하락한 상태다. 코인베이스도 같은 기간 30%가까이 떨어졌다.


가상자산 투자 고객의 손실도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 3일 보유 잔고 기준 서클 투자 고객 평균 수익률은 -34.36%를 기록했다. 유나이티드헬스(2.20%)와 단기 미 국채 ETF(-0.12%) 제외하면 비트마인(-15.39%)과 코인베이스(-6.83%) 수익률이 마이너스 구간에 들어섰다.
○ 연말 랠리 가능할까

가상자산 관련주는 이달 17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초자산인 가상자산 가격이 일시적로 약세를 보일 수 있어서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의 가격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글로벌 유동성인데, 펀드 리밸런싱 및 통화정책 경계감 유입으로 통상 9월은 비트코인이 계절적 약세가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11일 공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등도 변수로 꼽힌다.
일각에선 최근 금리인하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면서 연말엔 가상자산 랠리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기준금리가 25bp(bp=0.01%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보는 확률이 95.4%에 달했다. 전날 장 마감 무렵 92.7%에서 상승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가 가상자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 심리에 긍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이 주요 주주로 있는 비트코인 채굴기업인 '아메리칸 비트코인'이 지난 3일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이날 주가는 장 중 한때 110.4%까지 급등했다. 앞서 지난달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불리시는 미국 뉴욕 증시에 입성했다. 첫 거래일 주가가 공모가(37달러) 대비 83.8% 급등한 68달러에 마감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 역시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면서 연말 가상자산 관련주에 대한 투자 심리를 끌어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