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와 LG에너지솔루션이 12분 급속 충전으로 테슬라 모델S 기준 8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차세대 2차전지인 리튬메탈(금속)전지를 개발했다. 리튬금속전지의 최대 난제였던 덴드라이트 문제를 해결했다.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김희탁 교수와 LG에너지솔루션이 리튬금속전지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응집 억제형 액체 전해액' 원천기술을 새로 개발했다고 4일 발표했다.
2차전지의 대표주자인 리튬이온전지는 충전 과정에서 리튬 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방전 과정에서는 반대로 이동한다. 흑연으로 된 음극과 금속산화물 양극, 양극과 음극을 지지하는 집전체, 분리막, 전해액이 구성요소다.
리튬금속전지는 리튬이온전지의 흑연 음극을 리튬금속으로 대체한 2차전지다. 흑연을 쓸 때보다 음극 무게와 부피를 크게 줄이면서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배터리 충전시 음극에 뾰족한 나뭇가지 형태로 자라나는 리튬 결정 '덴드라이트'가 전지의 수명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덴드라이트 현상은 급속 충전할 때 특히 심각하다. 이렇게 되면 양극과 음극이 직접 접촉해 내부 단락 등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KAIST와 LG에너지솔루션 공동 연구팀은 리튬금속전지가 급속 충전될 때 덴드라이트가 심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불균일한 계면 응집반응임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액체 전해액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치환 음이온을 갖는 피란(pyran:탄소 원자 5개와 산소 원자 1개가 고리 구조를 이룬 화합물) 기반 전해액을 급속 충전하는 조건에서 수 년간 탐색했다. 그 결과 피란을 용매로 쓰면서 LiTFSI, LiPF6 두 가지 염을 섞은 새로운 전해액을 개발했다. 리튬이온과 결합력이 약한 음이온들이 덴드라이트 형성을 억제하면서 충전시 리튬이 균일하게 음극에 도포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개발한 리튬금속전지는 4C(㎠당 8.4밀리암페어) 충전 속도에서 완충에 가까운 70% 충전에 12분 안에 도달했다. 테슬라 모델S 기준 한 번 충전에 8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성능이라고 김희탁 교수는 설명했다. 현재 모델S가 20~25분 급속충전에 600~700km 주행이 가능함을 감안할 때 충전 효율을 두 배 가까이 늘린 셈이다.
아울러 이번에 개발한 리튬금속전지는 350회 충방전이 가능함도 확인했다. 누적 약 30만km를 주행할 수 있는 성능이다.
앞서 2023년 말 KAIST와 LG에너지솔루션은 완충 조건에서 리튬금속전지의 수명을 늘린 연구성과를 내놨다. 이번엔 급속 충전을 가능케 하면서 리튬금속전지 상용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LG에너지솔루션과 KAIST가 이어온 지난 4년간 협력이 유의미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산학 협력을 더욱 강화해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고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도 최고의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김희탁 교수는 "음극에 쌓이는 리튬 침전물과 계면 사이 생기는 미세한 미네랄 입자들을 발견하고 이를 새롭게 개발한 전해액으로 잘게 부순 것(비정질화)이 이번 연구 성과의 핵심"이라며 "앞으로 리튬금속전지 안전성과 신뢰성 향상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삼성SDI 수석연구원과 책임연구원을 거쳐 2013년부터 KAIST 생명화공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 3대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에너지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