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1%.
올해 1분기 국내 가정 맥주 시장에서 오비맥주가 기록한 점유율이다.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장바구니에 맥주를 담는 소비자 10명 중 6명이 오비맥주의 제품을 선택한다는 얘기다.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를 압도하며 여전히 적수가 없음을 수치로 증명했다.
오비맥주의 국내 맥주 시장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일등 공신은 ‘카스’다. 주력 제품인 ‘카스 프레시’만 보더라도 48%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경쟁 제품에 추월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기존 제품보다 칼로리를 줄인 ‘카스 라이트’의 약진도 돋보인다. 이번에 전체 브랜드 판매량 기준 3위 자리에 올랐다. 작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55% 이상 증가하며 이룬 성과다. 모든 카스 브랜드가 차지하는 총 점유율만 58%에 육박한다.
맛·혁신·마케팅이 롱런 비결
한국 소비자들은 한 제품에 금방 질려한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반짝 돌풍’을 일으키다 금세 인기가 식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러다 결국 단종되며 사라지는 제품들도 수없이 많다. 이런 한국 시장에서 오비맥주는 카스를 앞세워 14년 연속 국내 맥주 시장점유율 1위를 향해가고 있다.
카스의 인기가 오랜 기간 식지 이유는 무엇일까.
관련 업계 및 내부에서는 그 비결에 대해 ‘맛’과 ‘제품 혁신’, ‘마케팅’이라는 삼박자를 고루 갖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때 카스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맛없는 한국 맥주의 ‘대명사’라는 오명이 덧씌워지기도 했으나 숱한 노력 끝에 이를 벗어던지는 데 성공했다. 이를테면 카스는 ‘국제식음료품평원(International Taste Institute·ITI)’이 주최한 ‘2024 iTi 국제식음료품평회’에서 매년 상을 따냈다.
‘국제 우수 미각상(Superior Taste Award)’ 5관왕을 달성하며 글로벌 수준의 품질력을 입증했다. ‘국제식음료품평회’는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세계적 권위의 식음료 품질평가기관이다. 카스 프레시와 카스 라이트는 5년 연속, 카스 0.0은 4년 연속 수상하며 세계적 수준의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카스는 올해 4월 ‘대한민국 국제 맥주 대회(Korea International Beer Award 2025)’에서도 수상했다. KIBA는 국내 맥주 산업의 품질 제고를 위해 개최되는 국제 맥주 품평회로 올해는 전 세계 21개국 103개 브루어리에서 467종의 맥주가 출품되며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여기에서 카스 프레시는 ‘아메리칸 스타일 라거(American Style Lager)’ 부문 동상, 카스 라이트는 ‘인터내셔널 라이트 라거(International Light Lager)’ 부문 은상을 각각 수상했다.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맛의 신제품 선보이는 것도 특징이다. 올해만 보더라도 ‘카스 레몬 스퀴즈 7.0’을 출시했다. ‘카스 레몬 스퀴즈 7.0’은 청량한 레몬 풍미를 담은 제품으로 알코올 도수를 기존 4.5도에서 7도로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무더운 여름 갈증 해소는 물론 짜릿한 음용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선보였는데 품절 대란을 일으킬 만큼 인기다.
디자인 변화도 카스의 강점이다. 카스는 소비자들에게 브랜드가 식상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제품 디자인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투명 병 도입이다. 2021년 카스는 기존 유색 병이 주를 이루던 맥주 시장에서 과감하게 투명 병을 도입하며 업계의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올 뉴 카스’는 투명 병을 통해 소비자가 카스의 청량감과 신선함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시각적 직관성을 높였다. 투명 병으로의 과감한 변화와 함께 기존 병보다 더욱 날렵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적용했으며 블루 라벨은 더욱 간결한 이미지로 새롭게 변모했다. 투명한 병과 황금빛 맥주의 선명한 대비로 생생한 청량감을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올해도 제품 라벨에 변화를 줬다. 특히 패키지 디자인에 변온 잉크를 사용해 제품 특징을 직관적으로 구현했다. 카스 프레시 아이스를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적정 온도에 도달하면 ‘CASS’ 로고와 ‘ICE’ 문구가 민트색으로 변하며 최상의 음용 타이밍을 알려줘 젊은 소비자들로부터 반응이 뜨겁다.
오비맥주의 마케팅 전략도 카스가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매년 여름 선보이는 ‘카스쿨 페스티벌’을 예로 들 수 있다. 카스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2023년부터 시작했다. 유명 가수들을 초청해 공연과 함께 카스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반응도 뜨겁다. 2023년 첫 회 1만 명, 지난해 1만5000명에 이어 올해는 2만여 명의 관람객이 현장을 방문해 여름을 대표하는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0년 주기설’도 무너뜨려
맥주 업계에서는 카스의 독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사실 카스가 이렇게 오랜 기간 맥주 시장의 왕좌를 차지할 만큼 오래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국내 소비자들은 한 제품에 쉽게 질리는 특성을 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출시 초반 반짝 인기를 끌다 금세 시들해진다. 이런 특징은 한국 맥주 시장에도 적용됐다.
한 맥주 업계 관계자는 “국내 맥주 시장에도 이른바 ‘10년 주기설’이 존재해왔다”며 “카스 이전까지 한 브랜드가 10년 이상 점유율 1위를 기록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한국 맥주 시장은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대략 10년 주기로 번갈아 가며 1위를 차지해왔다.
1990년대는 오비맥주가 지배했다. 10년간 시장점유율 70%를 기록하며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1993년 하이트진로가 깨끗한 천연 암반수로 만든 맥주라는 타이틀로 ‘하이트’를 선보이며 카스의 점유율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하이트는 조금씩 점유율을 높여나가더니 2000년대 들어서자 마침내 맥주 시장 1위에 오르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이 또한 마찬가지로 10년 주기설을 넘지 못했다. 2000년대 후반 오비맥주가 ‘카스’ 돌풍을 성공시키며 2010년대에는 오비맥주가 다시 왕좌를 탈환했다.
2020년대가 되면서 하이트진로는 ‘테라’(2019년 출시)를 새롭게 출시하며 오비맥주를 또다시 바짝 추격한다. 테라는 출시와 함께 판매 돌풍을 일으키며 10년 주기설이 맞아떨어지는 듯 보였다. 이런 추세라면 카스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카스의 벽은 높았다. 시장점유율이 나올 때마다 하이트진로는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에 켈리라는 신제품까지 내놓으며 대역전극을 노렸으나 여전히 카스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카스는 작년까지 무려 13년 연속 점유율 1위 행진을 이어가며 맥주 업계의 10년 주기설마저 무너뜨렸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